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6 모스크바 지하철

<2006년 9월 28일(목) - 29일(금), 모스크바>

* 사실 모스크바에서는 2박 3일을 체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풍으로 속초에서의 출항이 하루 늦어진 탓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도 이틀이 늦어져 버렸고, 결국 모스크바에서의 2일이 날아가고 1박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28일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모스크바에 도착해 고질라 호스텔(http://www.godzillashostel.com/)에서 하루를 묵었다. 사설 호스텔로 도미토리 식(한 방에 여러 개의 침대가 있어 여러 명이 같이 사용)의 숙소며,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 취사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사실 고질라 호스텔은 여행 전 이메일을 통해 모스크바-바르샤바 간 기차 티켓의 구매 대행을 해주었던 곳이며, 덕분에 필자는 벨라루스 통과 비자를 얻을 수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http://blog.paran.com/station215/12215333).

가는 방법은 9호선(회색선)의 츄벳노이 불바 역에서 내려서 나오면 좌측에 피자헛이 있고 그 골목으로 들어간다. 가다보면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올라가면 건물 좌측 오솔길 같은 곳을 지나면 다시 작은 찻길이 나온다. 여기서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1층에 Angelicos란 이름의 식당이 있는 살구색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 우측으로 돌아가면 출입문이 있고 벨을 누르면 된다. 무사히 숙소를 찾아가 이름을 말하고 예매했던 기차표를 받을 수 있었다.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침대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샤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온 일주일 동안 샤워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머리는 몇번 감았다). 시설은 비교적 깨끗하나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층에 하나 밖에 없어 아침에는 좀 밀릴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불편했던 것은 9월 말 임에도 방에 모기가 많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던 점이다.


모스크바에서 묵었던 숙소(살구색 건물)



* 바르샤바 행 기차를 타기 전 거리 구경도 하고 아침도 먹을 겸, 지하철을 타고 Shekhovskaya역으로 갔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어디론가 향하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위대한 신세계', 꼭 그런 분위기였다. 역은 사진으로만 보던 공산권 국가의 전형적인 지하철역, 즉 깊은 심도에 위치하고 천정이 높으며 화려한 장식이 되어있는 모습이었으나, 대부분의 역(그래봤자 몇 개 못 봤지만)이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한 서울과 달리 내릴 사람과 탈 사람이 다니는 통로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것도 신기했다. 표는 1회권이 15루블이며 2회권이나 10회권도 있다. 개표기에 표를 집어넣으면 다시 표가 나오는데, 뽑아주고 들어가면 된다. 반면 집표는 하지 않으며 그냥 나오면 된다.

다른 나라의 지하철을 많이 타 본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모스크바 지하철은 난이도 AA+를 주고 싶다. 일단 영문 표기 없이 러시아 문자로만 역이 표기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은 깔아준다. 게다가 표지판에 노선 색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탈 경우 초록색 노선 색상만 따라 가면 되지만, 여기는 노선도 외에는 노선 색깔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거의 못 봤다. 즉 지명을 가지고 환승을 해야하는데.. 외워간 글자 몇 개 가지고 감으로 갈아탔는데, 과연 이것이 맞는 방향일까, 거의 로또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 비하면 서울의 지하철/전철 안내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번호나 색을 통한 노선 구분과 안내가 잘 되어 있어, 열차 이용이나 환승을 쉽게 해준다. 반면 개선할 점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노선 자체의 구분까지는 좋으나, 그 노선에서 어느 방향의 열차를 타야할 지에 대한 안내는 보다 신경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서울의 지리가 낯선 타 지역민이나 외국인이 파란 노선색을 따라 4호선 승강장에 왔다고 치자. 이들은 북쪽으로 가는 당고개 행을 타야할지, 남쪽으로 가는 오이도 행을 타야할지,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사람들에게야 '당고개 행, 오이도 행' 같은 행선이 익숙할지 몰라도, 처음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지명의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운행 계통이 다양한 1호선이나 순환선인 2호선의 경우 단순히 지명만을 표기한다면 방향 찾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행선에 1a, 1b.. 하는 식으로 알파벳을 부여하면 어떨까. 이에 대해 http://blog.paran.com/station215/14752637 에 자세하게 쓴 글이 있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옛 공산권 국가 지하철의 특징 - 심도가 깊다.마치 서울 이대역에 온 기분.


섬식 승강장. 화려한 벽화들.



전동차


전동차 내부

모스크바 지하철은 개표만 있고 집표는 없다. 집표기처럼 보이지만, 나갈 때는 그냥 나간다.



역에 붙어 있는 안내판이라고는 고작 저런 식. 영어도 없고 노선색깔 따위는 더더욱 없다.

그야말로난이도 AA+ 지하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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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 5 시베리아 횡단열차 下 이용안내

<2006년 9월 22일(금) - 28일(목), 시베리아 횡단철도 下 이용안내>


1) 객실

* TSR에서 운행되는 열차들은 단거리를 뛰는 동차들을 제하고는 거의 디파트먼트 형식의 객차이다. 디파트먼트란 방처럼 되어 있는 구조로(반대로 우리나라 열차에서 보는 형태는 오픈살롱이라 함), 객차에 들어서면 복도가 있고 이 복도를 따라 방이 나열되어 있다. 방을 몇 명이 쓰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필자가 탄 '쿠페'의 경우 4인이 1실을 쓰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였다. 이외에도 6인실인 '쁠라쯔카르따'와 2인실인 '룩스'가 있다. 요금은 열차나 객실 종류, 시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며, 2인실의 경우 쿠페의 1.5배에서 2배 가량 한다고 한다.

한 객차에 두 명의 여자 승무원이 타며 교대로 근무한다. 처음 열차에 탈 때 이 승무원에게 표를 보여주자(여권은 요구 안 했음) 앞장을 뜯어 가져가고 뒷장만 돌려주었다. 객차 끝 쪽에는 승무원이 쓰는 방이 있으며, 그 앞에는 항상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어 차나 라면 등을 먹을 수 있다. 승무원에게 차 등을 시킬 수 있는데 이 경우 약간의 돈을 내며(10루블 정도) 컵은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열차가 출발하면 곧 승무원이 시트가 들어있는 비닐을 나눠준다. 듣던 것과 달리 시트료는 안 받았다. 비닐 안에는 베개보 1장과 하얀 시트 천 2장이 들어있다. 시트 천이 2장 든 이유는 하나는 요에 씌우고 하나는 덮는데 쓰기 위해서 이다. 배게와 요, 담요는 알맹이만 이미 침대 위에 놓여져있다. 상단 침대로 올라가려면 문 옆에 붙어있는 20cm 정도의 막대기를 펼쳐 그것을 밟고 올라간다. 상단 침대의 경우 길이 자체는 충분하나(필자의 키 180cm), 쇠사슬로 연결된 부분 때문에 좀 불편했다. 문 옆에 불 켜는 스위치가 있으며, 침대 머리 맡에는 개인 전등이 있어 독서 등이 가능하다.

복도



쿠페 내부. 침대가 좌우상하 총 4개.

2) 차창 밖 풍경

*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매우 지겹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필자도 나름대로 기차타는 것을 즐긴다고 자처하는 사람이지만, 예전에 통일호 1221 편성도 너무나 좋아했고, 그런데 이건 진짜 지겨웠다. 6일 4시간. 날짜로 따지면 6박 7일이다. 엇비슷한 풍경의 반복. 한 이틀 되니까 지친다. 일본이나 서유럽처럼 아기자기하고 변화무쌍한 풍경을 기대하면 안된다. 혼자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화할 상대도 없고..(같이 탄 러시아 할머니 할아버지 영어 전혀 못하심-_-) 정말 고독과 함께한 1주일이었다. 철도팬으로서 일생에 한번 정도는 탈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또 타라면 사절하겠다. 혹시 모르겠다. 혼자 명상하고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그 중 몇 가지를 뽑아보자면.. 셋째날 오후에 아무르 강변을 따라 달리는 구간이 있는데 석양과 맞물려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아마 TSR 구간 중에서도 가장 오지 구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주보다 더 북쪽에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땅. 그것을 실제로 보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TSR의 하이라이트로 뽑을 수 있는 것은 넷째날 지나는 바이칼 호이다. 호수라기보다는 그냥 바다 같은 느낌이다. 우측에 호수가 보이고 둑방길 위로 열차가 달린다. 그런 식으로 호수를 끼고 두 세시간을 달린다. 러시아란 나라가 얼마나 큰 나라인가!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울란우데에서 출발해 호수 남쪽을 에둘러 이르쿠츠크로 간다. 사실 이 노선은 1900년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후에 공사에 들어간 구간이라 완공이 된 1904년 까지는 증기선을 갈아타고 호수를 건너가 다시 열차를 갈아타야 했다고 한다. 호수가 끝날 쯤 슬리우디앙카 Sliudianka 역에 도착하는데, 이 역은 로시야호가 호변 도시로는 유일하게 정차하는 역이다. 도착하자마자 동네 사람들이 호수에서 잡은 생선을 팔기 위해 열차 출입문으로 모여든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이들은 생선 이름을 외친는데(생선 이름은 까먹었다) 실제로 많은 승객들이 이 훈제된 생선을 사서 맥주와 함께 먹는다. 이 역을 지나면 호수 구간이 끝남과 함께 산악 지역으로 접어드는데, 산 위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마을의 모습이 또 장관이다.



(Agfa CT Precisa100 필름)

다섯째날 지나는 크라스노이아르스크 Krasnoiarsk 역은 TSR을 지나며 본 수십개의 역 중 가장 아름다운 역 건물이었던 것 같다. 러시아 풍의 궁전 같은 느낌인데 깨끗하게 잘 단장되어 있다. 역 서편에는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있다.


여섯째날 오후에는 스베르드로브스크 Sverdlovsk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하는데 여기서부터 우랄산맥을 넘는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듣던 '우랄'이라는 명칭. 한국어의 어원도 '우랄-알타이'어 아닌가! 해질녘에 지나서 울창한 수림을 자세히는 못 봤으나,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지나고 있다는 의미 때문인지 무언가 느낌이 오묘했다.


* 어떻게보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반 밖에 못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7, 8시간 잔다고 치면, 이미 깨어있는 시간은 24시간 중 1/3인데, 그나마도 저녁에 해가 지고 나면 차창 밖 풍경을 볼 수 없다. 필자가 나름대로 TSR을 보고 왔다고 이렇게 안내 글을 쓰고는 있지만, 한밤 중에 자느라고 못 보고 지나친 기막힌 풍경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3) 인간 관계

* 첫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로프스키까지 갈 때는 젊은 러시아인 부부와 그 아들(꼬마) 일행과, 교포 아주머니 한 분, 그리고 필자, 이렇게 5명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정말 운좋게 한국어 통하는 분(좀 서툴긴 하셨으나)을 만나 반갑고 무언가 의지가 되었다. 꼬마 아이는 엄마랑 침대를 같이 썼는데 그 경우 요금을 안 내도 되는지 모르겠다. 꼬마랑 말은 안 통해도 걔속 필자랑 장난치고 했는데 정말 귀여웠다. 꼬마 애 아버지는 영어를 아주 약간 해서 대화가 가능했는데 사람이 착하고 좋았다. 그렇게 하룻밤은 보내고 헤어지니 좀 아쉬웠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이들이 모두 내리고, 다시 새로 탄 사람은 러시아인 노부부. 이번엔 전혀 대화가 안되었다. 그냥 미소로 인사하고, 한국서 가져간 러시아어 회화책의 표현을 손가락으로 일일이 가리켜가며 아주 기본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분다 정말 좋으셔서, 내 할머니 내 할아버지 같았다. 그렇게 한 침대는 빈 채로 이 두 분과 모스크바까지 함께 했다. 한편 옆 옆 방에 묶던 또 다른 할머니와 우연히 말문이 트였는데, 영어를 아주 잘하시는 것 아닌가. 알고보니 1950년대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할머니였다. 수학을 전공하셨다는데. 필자 방에 탄 할머니랑 말이 안 통할 때는 이 옆 옆 방 할머니 불러서 통역을 부탁하고 했다. 그렇게 통역으로 들어보니 같이 탄 할머니의 딸이 서울에 있다는 것 아닌가! 필자가 '세울 까레야'라고 하자, 할머니가 자신의 옷(딸이 서울서 보낸 것)과 맥심 커피를 보여주며 자꾸 뭐라고 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참 한국도 국제적인 영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 방에 무뚝뚝한 젊은 러시아 남자애가 있었는데, 매번 마주칠 때마다 '저 동양애는 도대체 여기 왜 온거야!'라는 식으로 필자를 쳐다보곤 했다. 그리고 끝 방에는 러시아인 아줌마와 딸이 있었는데, 그 꼬마 여자애는 멀쩡하다가도 필자가 쳐다보며 눈 인사를 하기만하면 자기 방으로 숨어버렸다. 또 다른 방에는 중년 아줌마가 묶고 있었는데 그 아줌마는 항상 문 닫고 잠만 자는 듯 했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일주일을 같이 보내다보니 옆 방 사람들이랑도 대화는 안하더라도 얼굴은 다 외워진다.


딸이 한국에 있다는 안나 할머니. 하바로프스크에서 모스크바까지 5일간 동승.

4) 식사

* 열차에 있는 6일 동안 끼니를 떼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듣던대로 열차가 서는 곳마다 장이선다.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상인들이 승강장에 들어와 좌판을 깔고 먹을 것을 판다. 하지만 빵이나 과일, 계란, 과자 등 우리로 치면 간식거리 정도 밖에 안 판다. 물론 여행자 입장에서 진수성찬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케밥이나 소세지처럼 직접 구워서 파는 따듯한 음식은 없다. 물론 필자가 못 발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컵라면이다. 컵라면은 잡상인은 물론 키오스크(승강장에 있는 가판대)나 역구내 상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하루에 꼭 한 끼 이상은 컵라면을 먹었다. 필자 뿐만이 아니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탄 대부분의 사람들이 컵라면을 애호하고 있었다. 컵라면은 한국야쿠르트(KOYA라고 써있다)社에서 나온 '도시락'면이 인기인데, 그 이름을 그대로 러시아어로 쓰고 있다. 우리 돈 400원 정도이며, 한국과는 달리 맛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국물이 오뎅국물처럼 묽어서 그리 맵지가 않다(같이 탄 러시아인의 경우 여기에 버터까지 넣어먹었다). 결국 열차에서 이런식으로 끼니를 떼웠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어느 하루. 예시!

아침 빵과 차(밥과 국이라 생각하고 먹음)
점심 빵과 컵라면(라면에 밥말아 먹듯 빵을 국물에 찍어먹음)
저녁 빵과 차, 한국서 가져간 통조림

통조림의 경우 장조림과 참치, 볶음고추장, 깻잎 통조림을 한국에서 가져갔으나 깻잎은 정말 에러였다. 먹기도 불편하고 빵이랑도 안 맞고. 장조림은 강력 추천이다. 간이 딱 좋다. 이외에도 감자죽(컵라면과 같은 모양)도 기니를 떼우는데 좋았으며, 다섯째 날 쯤에는 잡상인에게서 훈제 닭다리도 사서 먹었다(그러나 역시 차가움). 무엇보다 열차에 타기 전에 근처 슈퍼에서 먹을 것을 사가기를 추천한다. 긴 바게트 빵 두개 정도 사놓으면 적어도 굶지는 않는다.



5) 식당차

* 하지만 정말 물린다. 따뜻하게 데운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때문에 좀 비싸지만 가끔은 식당차를 이용해 줄만 하다. 식당차는 식당 반 주방 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간에는 매점 겸 카운터가 있다. 식당의 인테리어나 장식들은 나름대로 고풍스럽고 고급의 느낌이었다. 6일 동안 식당칸은 세 번 이용하였다. 자주 이용할 수는 없으니 날을 정해서 갔는데, 정말 가기전의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메뉴판은 물론 러시아어로 되어있으나 영어와 프랑스어(?) 등이 번역된 종이를 끼워준다. 가격이 안 써있는게 흠이었다. 스테이크는 무지 비싸겠지라는 생각에 'Boiled Chicken & Rice'를 시켜먹었는데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무엇보다 며칠만에 밥을 먹었다는 점이 좋았다. 가격은 빵을 합해 200루블, 생수까지 해서 250루블(약 만원) 정도였다. 러시아 물가에 비한다면 한끼 식사로는 좀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운치있게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한국의 식당차(3분 카레를 준다는 등)에 비한다면, 주방장이 바로 만들어 준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어디인가! 그리고 한창 유행했던 아웃백이나 베니건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비하면 런치 값 정도 밖에 안된다.

이틀 후 'Egg Fry & Ham'을 시켜먹었는데 가격은 90루블 정도로 훨씬 쌌으나 너무 양이 적었다. 그리고 다시 하루 후 처음 시켜먹었던 'Boiled Chicken & Rice'를 또 시켜보았는데 첫날 살코기만 나왔던 것과 달리 작은 통닭 반마리 정도가 뼈째로 나왔다. 같은 메뉴라도 그 때 그 때 주방장의 기분에 따라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덧붙여 식당차가 바로 옆 칸이라서 주방장 아저씨랑도 많이 마주쳤다. 4, 50대 정도의 키 크고 건장한 아저씨였는데, 한번은 한국에서 왔다하니까 히딩크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자기 팔에 문신을 보여주었다. 모스크바 클럽축구팀(어떤 팀인지는 잊어버렸음)의 문신이었는데 러시아 말을 몰라 깊은 대화는 불가능했다.








6) 화장실

* 화장실은 한 객차당 2개가 양 끝 출입문 쪽에 있다. 변기는 발판을 눌러 물을 내리는데, 물이 밖으로 떨어지는게 보인다. 즉 오물이 그대로 선로에 버려지는 것이다. 때문에 역에 정차할 때는 도착하기 몇 분 전부터 사용을 못하도록 승무원이 화장실 문을 잠근다. 세면대의 경우 손으로 수도 꼭지 밑부분을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온다. 한손은 계속 꼭지를 잡고있어야 하므로 혼자서는 머리를 감기가 힘들다. 물론 페트병을 이용해 물을 받아 감으면 되긴 하다. 물은 차가운 편이므로 머리 감을 때는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반 정도 받아 사용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빠뜨렸다. "샤워는 못한다!!"

7) 기타 정보

* 간과하기 쉽지만 가져가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물건을 소개해본다.

- 슬리퍼 /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우리의 KTX처럼 두어시간 타고 끝나는게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자. 며칠간 자고 먹고 하며 내내 체류하는 것이다. 비단 열차 뿐만아니라 여객선이나 숙소 등에서도 여행 내내 유용하게 썼다.
- 휴대용 컵 / 등산할 때 쓰는 손잡이 달린 쇠 컵처럼 뜨거운 물을 담을 수 있는 것. 보온병을 가져가는 것보다 컵이 낫다.
- 티백 / 솔직히 여행가서까지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차를 마셔야 하나라는 생각했었는데, 앞서 말했듯이 이게 차가 아니라 한국에서 한끼 식사 때 먹는 국 역할을 한다. 꼭 식사가 아니더라도 무료한 열차 내 생활 동안 차창을 바라보면 따뜻한 차를 마시는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 포크(혹은 젓가락) / 은근히 까먹고 가기 쉬우나, 열차를 이용하는 동안은 나무젓가락 구하기가 쉽지 않다.
- 페트병 / 물을 마신다는 것도 있으나, 머리를 감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비닐봉지 / 자잘한 쓰레기는 매번 버리기 귀찮으므로 모았다 한번에 버림. 참고로 쓰레기 통은 화장실 옆에 있다.


* 복도 벽에 220V 전기 코드 꼽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것과 동일해서 카메라 배터리를 쉽게 충전할 수 있었다. 한편 복도에서 창문 윗 부분을 열 수가 있다. 좀 빡빡해서 잘 안 열리는 창문도 있긴 한데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야 뭐 그게 문제겠는가. 다만 복도 쪽 창문으로는 열차 진행 방향의 좌측 풍경 밖에 못 찍는다. 우측의 사진을 찍기 원한다면, 화장실 창문을 추천한다. 물론 이것은 로시야호 객차에 관한 정보로, 타 열차의 경우 다를 수가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 로밍이 되는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는 이상, 시베리아 횡단철도 내에서 바깥 소식을 알기란 힘들다. 출발 1주일이 가까워지면서 가족들, 친구들 소식이 궁금해진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 없는 대한민국은 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끝없이 펼쳐진 벌판이나 목가적인 목초지처럼 한국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차창 풍경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나중에 독일 들어가서 거의 2, 3주만에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보았는데, 반기문 씨가 UN 총장 된 것 보고 엄청 놀랐을 정도였다. 참고로 넷째날 도착한 울란우데역의 경우 역 구내에 우체국이 있는 것을 보았으나 발차시간이 다 되어 이용하지는 못했다. 정차시간이 긴 만큼 우체국에서 국제전화를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9월 말에 열차를 이용했는데 날씨는 우리의 늦가을 정도로, 특히 아침과 밤에는 제법 쌀쌀했다. 특히 내륙으로 가면서 점점 기온이 떨어지는데 어떤 역에서는 기온이 영상 5도까지 떨어진 것을 보았다. 가벼운 잠바 하나는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객차 내의 경우 물론 난방을 하므로 춥지 않으나, 밤에 잘 때는 좀 쌀쌀해서 담요를 푹 둘러쓰고 잔 날도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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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4 시베리아 횡단열차 上 개관

<2006년 9월 22일(금) - 28일(목), 시베리아 횡단열차上 개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iberian Railway)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전 구간이 복선전철화되어 있다. 때문에 장거리 고급 열차에서부터 지역 내를 이어주는 통근형 열차까지는 하루에도 수십 편성의 열차가 오간다. 필자의 경우 러시아 관광보다는 육로로 유럽을 간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중간에 내리지 않고 모스크바까지 직통으로 가기로 했다. 9월 22일 오후 8시 경, 모스크바 행 N001 로시야(Rossiya)호 열차에 올랐다. 시베리아 철도에 관한 간단한 안내와 이용하면서 느낀 점, 유용한 정보 등을 소개해본다.

N001로시야호, 2006년 9월 22일 13:15 블라디보스토크 → 9월 28일 17:42 모스크바, 09호차 K(쿠페-4인실), 16번 침대. 9341.6루블(약 374,000원)

**여기서 열차시각은 모스크바 시각이 기준이기 때문에 13:15 출발이지만 실제로는 20:15분 출발이 된다.


1) N001 로시야(Rossiya)호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직통하는 열차는 하루에 1, 2편성 정도 있다. 그 중 로시야호는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고급의 열차이다. 로시야호는 이틀에 한번씩 운행되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는 001, 반대로 모스크바를 떠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열차는 002의 번호를 부여받는다. 열번으로 1번을 부여받은 것은 물론 '로시야(러시아)'라는 자국의 이름까지 걸고 운행한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예전에 우리의 '새마을호'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가장 빠른 열차라지만 KTX 같은 고속열차는 물론 아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총 6일 4시간 반, 즉148시간 31분이 걸린다. 총 연장이 9289km이니 표정속도를 계산해보면 62.55km/h이다. 타 본 결과 같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라도 구간에 따라 선로 사정이 크게 달랐다. 100km/h 내외까지 속도를 내는 구간이 있는 반면, 속도도 안 나고 승차감도 엉망인 나무 침목 구간도 상당했다. 한편 러시아 철도는 1520mm짜리 광궤를 사용하고 있어서(우리나라는 1435mm 표준궤) 객차도 상당히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럼 직접 살펴본 N001 로시야호의 열차 편성 소개해본다.



[10호차][9호차][식당차][8호차][7호차]...[2호차][1호차][0호차][?][?][?]◀기관차▶

?표는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열차인데, 수화물차나나 발전차, 식당차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상당히 긴 편성이다. 한편 반대편에서 오는 N002호를 교행할 때 보았는데 거기에는 18호차까지 있었다. 편성은 그 때마다 다른 듯 하다.

기관차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탈 때는 EP1 형 기관차였으나 모스크바에서 내릴 때 보니 CHS7 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 중간에 더 교체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기관차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끄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철도국 소속의 기관차로 계속 교체되는 듯 하다. 참고로 http://www.railfaneurope.net/ 에서 두 기관차의 제원을 살펴보았다.

- EP1 형
출시년도: 1999년
대차: Bo'Bo'Bo' 형태
출력: 4400kW
최고속력: 140km/h
전압: 교류 25000V 50Hz


- CHS7 형
출시년도: 1983년
대차: Bo'Bo'x2 형태 (중련 편성)
출력: 6160kW
최고속력: 180km/h
전압: 직류 3000V


덧붙여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찍은 로시야호 기관차 연결 장면 동영상을 올려본다.

2) 거리 개념과 시차

* 선로에는 1km마다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거리를 표시해놓은 표식이 있다. 무지 지루하기 때문에 이것을 보며 빨리 숫자가 내려가길 빌게 된다. 8천, 7천 6천... 자고나면 5천에서 4천이 되어있고 오후가 되면 다시 3천으로 줄어든다. 마지막 날은 아침에 일어났더니 남은 거리가 715km 였다. 1000km를 지나 세자리 수 대로 접어들자 그제서야 거리 개념이 좀 잡힌다. 재미있는게 700km면 서울-부산보다 훨씬 더 긴 거리임에도 다왔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정거장도 세 정거장 밖에 안 남았다. 우리로 치면 부산에서 출발해 이제 수원-영등포-서울 정도 밖에 안 남은 셈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내릴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었다. 필자의 경우 모스크바 도착 3시간 전부터 내릴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 러시아가 무지하게 큰 나라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지역별로 시차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끝에서 끝, 예를 들어 서쪽 모스크바에서 극동 캄차카반도까지는 9시간의 시차가 난다. 블라디보스토크만 해도 모스크바와 7시간의 시차가 난다. 한쪽에서 해가 질 무렵에 한쪽은 아침인 것이다.

러시아의 장거리 열차에서는 모스크바 시각을 표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표시된 열차 시간과 실제 열차 발착시간이 다르다(물론 지역 내에서만 움직이는 단거리 통근열차의 경우 현지 시각을 기준으로 함). 예를 들어 필자가 탄 로시야호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를 오후 1시 15분에 출발한다고 표에 써있지만 실제 현지 시간으로는 저녁 8시 15분에 출발했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손목시계를 모스크바 표준시로 바꾸어 놓았는데, 그 때문인지 시간 감각이 더더욱 이상해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갈 수록 시차가 늦어진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점점 아침이 늦어진다. 분명 어제 시각으로는 아침 8시가 넘었는데 컴컴한 새벽이다. 하지만 이렇게 점진적으로 시차가 변하기 때문에, 비행기로 유럽에 갈 때에 비해서 시차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모스크바 기준 km를 나타내는 이정표



이것은 200m 단위로 있는 표식

3) 기타

* 모스크바에 다가갈수록 정차역 수가 줄어든다. 처음에는 두어 시간마다 한 역씩, 하루에 10개 이상의 역에 정차하나,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면 하루에 네개 정도 밖에 정차하지 않는다. 아마 모스크바에 갈수록 운행하는 열차 편수가 늘면서 N001 로시야호는 급행의 역할만 해주면 되기 때문일 것이다. 1, 2분 정도 정차하는 역에서부터 5분, 10분, 그리고 큰 역의 경우 30분 가까이 정차하는 역도 있다. 길게 정차하는 역의 경우 승객들이 나와 담배를 피거나 시장을 둘러보며, 승무원들도 같이 나와 담소를 나눈다.


*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는 기관차 견인 객차 편성만큼 동차도 많이 보인다. 러시아, TSR하면 왠지 장거리를 담당하는 육중한 기관차 견인 편성만 연상되지만, 동차의 경우에도 상당한 통근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 주변의 경우 승강장과 역명판만 덩그러니 있는 간이역이 많이 발견된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기관차 견인 무궁화호 아니면 새마을호PP처럼 간선열차만이 운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 우리의 경우 선로로 다니는 것을 굉장히 타부시 하고 특히 역 같은 곳의 경우 지하도나 육교로 다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러시아의 경우 그냥 선로로도 막 걸어다닌다. 개집표가 없어 역 구내 통행 자체가 자유로우니, 선로 통행도 별로 제재가 없는 듯 하다. 주인없는 개들도 역에 막 돌아다니고. 자기 안전은 자기가 책임지라인가? 국토가 큰 나라들의 특징인 것 같다.


* 구 공산권 국가 고상홈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예전에 북한에 관한 사진을 봤을 때 얼핏 고상홈 같아보여 신기했었는데, 답은 고상홈과 저상홈 혼용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 고상홈이었으나(일부 승강장은 저상홈)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내내 고상홈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모스크바에 가까워 오면서, 주로 대도시 역을 중심으로 고상홈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 객차를 고상홈과 저상홈에 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예전에 통일호 객차에서 쓰던 것과 같은 발판이 비밀이다. 저상홈 역의 경우 차장이 발판을 열어 손잡이 부분을 수건으로 닦으며, 승객들은 이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내려온다. 반면 고상홈의 경우 발판을 그대로 나둬 승강장과 비슷한 높이를 맞춘다. 물론 지하철처럼 붙어있는 정도는 아니고 열차와의 틈이 상당히 넓고 높이차도 많이 난다.

저상홈의 경우. 발판이 젖혀져 있고손잡이 부분이 드러나 있다.


고상홈의 경우.


발판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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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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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3 블라디보스토크

<2006년 9월 21일(목)- 22일(금),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여 2박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관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블라디보스토크와 관련된 철도에 관한 몇 가지 정보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 블라디보스토크의 노면 전차

인구 60만의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지하철은 없다. 대신 궤도가 깔린 전차와 무궤도전차, 그리고 시내버스가 블라디보스토크의 공공교통을 당담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와 도색의 전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시내버스의 경우 서울과 부산에서 운행되던 시내버스들이 한글 행선도 떼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다.

필자는 블라디보스토크 역전에서 전차를 타보기로 했다. 서울의 버스중앙차선처럼 길 한가운데에 섬식 승강장이 있다. 시격이 원래 긴 것인지, 운행이 지연된 것인지 3,40분 정도 기다려서야 전차가 왔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이 종점이기 때문에 전차가 반대편 승강장에서 사람들을 내리고 숲쪽으로 갔다가 다시 나온다. 방향이 바뀌어 나오지만 전차대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원형 선로가 있는 듯하다.

금발의 아주머니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1+2 좌석 배열에 실내는 꽤 넓다. 버스와 전동차의 중간 정도 느낌. 탈때는 그냥 타고 내릴 때 5루블을 운임으로 내면 영수증 같은 것을 준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무임 대상인지 그냥 내린다.

클래식하게 생긴 노면전차


전차 내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노면전차


한국에서 수출된 시내버스가 한글도 안떼고 운행하고 있다. 이거 타면 다대포가나?



심지어는 전경차까지..

* 블라디보스토크 역

블라디보스토크 역은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총 연장 9289km의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종착역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사는 1912년에 완공된 것으로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넓은 대합실이 나오는데 천장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 다시 대합실 정면 우측에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으며 여기에 단거리 표를 파는 매표소가 있고 다시 아랫층으로 내려가면 장거리 표를 파는 창구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의 철로는 주변 시가지보다 낮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역 광장에서 역사를 지나 한층 내려가야 홈에 다다를 수 있다(우리의 여수역과 같은 형태). 때문에 역사도 2층 구조이다.블라디보스토크 역에는 3개의 섬식 플랫폼(6홈)이 있으며, 고상홈과 저상홈이 같이 있다. 러시아에서는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열차표나 입장권이 없어도 아무나 승강장에 들어갈 수가 있다.

역 광장에서 역사로 들어가지 말고 좌측으로 가면 선로를 건너 여객선터미널로 가는 횡단 육교가 있다. 이 육교에서 첫번째 승강장으로 내려가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기념하는 표식과 1940년대에 운행되었던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전에 갔더니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다시 육교로 올라와 여객선터미널 쪽으로 더 가면 블라디보스토크 역의 웅장한 자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여기 서서 보면 기관차 견인의 장거리 열차는 물론 인근을 잇는 전동차들이 쉴새 없이 오가는 모습도 블라디보스토크 역사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사와 광장(Fujifilm Reala100 필름)

블라디보스토크 역사 내 대합실

블라디보스토크 역 승강장에 있는 기념비와 증기기관차 (Fujifilm Reala100 필름)


모스크바로부터 9288km임을 가리키고 있는표식

뒷편에서 바라본 블라디보스토크 역

*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역사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대해 더 알기 위해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역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첫 상업용 철도는 1836년 당시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그와 황제의 여름 별장이 있던 차르스코예셀로(지금의 푸슈킨 시)를 잇는 24km짜리 철도에서 시작한다. 1851년 상트페테르부르그와 모스크바를 잇는 철도의 완공되고, 1957년에는 차르 알렉산더 2세가 철도 건설 법령을 반포하는 등 19세기 중반 이후 러시아의 철도는 급격히 늘어난다. 지금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본선에 해당하는 모스크바-첼랴빈스크(Chelyabinsk) 구간도 이 시기 건설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유럽에 속한 러시아에 국한 되는 것일뿐, 시베리아 너머의 지역은 여전히 미개발지역으로 남아있었다.

19세기 말 극동 아시아 지역의 정치, 경제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시베리아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건설도 구체화 된다. 캐나다 태평양 횡단철도가 1885년 완공되자 이에 자극받은 차르 알렉산더 3세는 1891년 황태자 니콜라이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기공식을 거행한다. 1896년 서부 시베리아 구간을 시작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완공되기 시작했으나,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러시아 국내만을 횡단하는 노선이 전부 개통된 것은 1916년에 이르러서이다. 다음은 구간별 착공과 완공 시기, 간략한 안내이다.


-서부 시베리아 구간: 1892-96, 첼랴빈스크 Chelyabinsk - 노보시비르스크 Novosibirsk(당시 Ob River) 간

-우수리(Ussuri) 구간: 1891-97, 블라디보스토크 Vladivostok - 하바로프스크 Khabarovsk 간
우수리 구간의 경우 연해주 일대에 거주하던 조선인들 상당수가 건설 노동자로 참여했다고 함

-중앙 시베리아 구간: 1893-98, 노보시비르스크 Novosibirsk - 이르쿠츠크 Irkutsk - 바이칼 호

-바이칼 동부(Trans-Baikal) 구간: 1895-1900, 미소바야 Mysovaya(당시 Badushkin) - 치타 Chita - 스렌텐스크 Srentensk 간

-동청(東淸)철도 구간: 1897-1901, 치타 Chita - 하얼빈 - 우수리스크 Ussuriysk 간
현재 만주 횡단철도(TMR)의 일부를 이루는 구간으로, 완공과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본격적인 상업 운행이 시작되었다. 1916년 아무르 구간이 완공되기 이전까지 모든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이 구간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1894년 러시아는 몰락해가던 청나라 정부로부터 철도 부설권을 획득하였다. 청나라 측에서는 중국 국내 궤간과 맞추기 위해 협궤를 요구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일부로 이용하기 위해 광궤로 건설하였다고 한다.

-바이칼 호수변(Circumbaikal) 구간: 1901-04, 이르쿠츠크 Irkutsk - 미소바야 Mysovaya 간
바이칼 호수 남부를 에둘러 가는 구간. 이 구간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바이칼 항에서 내려 배를 갈아타고 호수를 건너 호수 동편의 도시인 바두슈킨에서 다시 열차를 갈아타야 했다. 호수의 얼음을 깰 수 있는 영국제 증기 쇄빙선이 도입되었으나 효율이 낮아 철도 건선을 서두르게 되었다고 한다. 완공을 앞둔 1904년, 러일전쟁의 발발로 군 수송을 위해 호수의 얼음 위에 임시 선로가 가설되었으나 얼음이 깨져 열차가 가라앉은 사건도 있었다.

-아무르(Amur) 구간: 1907-16, 스렌텐스크 Srentensk - 하바로프스크 Khabarovsk 간
러일전쟁의 패배로 러시아는 만주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쇠퇴하며, 러시아 국내만을 경유해 갈 수 있는 노선의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만주 이북을 횡단하는 아무르 구간의 철도를 1916년 완공하게 되며, 비로소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1910년, 만국침대차량회사(웨건리)의 차량이 연결된 시베리아 경유 일본 - 유럽 간 직통 티켓이 발매된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22년 시베리아에서 일본군의 철수로, 다시 유럽행 노선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노선이 중심이 된다. 1927년 소련-일본 통상조약으로 시베리아 경유 유럽행 노선이 재개되지만, 1941년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운행은 다시 중지된다. 전후에도 외국인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이 불허되었으며, 이 조치는 1961년에 이르러 해제된다.

(참고자료)
-Lonely Planet, Tran-Siberian Railway, 2006.
-다음 백과사전
-百年の鐵道旅行 사이트 (http://www5f.biglobe.ne.jp/~travel-100years/)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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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2 자루비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2006년 9월 20일(수), 자루비노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저 멀리 보이는게 함경도 땅이 아닐지..

식사를 하고 갑판으로 나오니 해가 떠있다. 서쪽 멀리 희미하게 육지가 보이는데, 아마도 함경도 땅이 아닐까 싶다. 현지 시각(서머타임으로 서울과 2시간 차)으로 오전11시가 조금 넘어 자루비노 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에도 한참 뒤에나 내릴 수 있었다. 오를 때와 달리 외부 계단을 통해 배에서 내리다. 컨테이너 건물인 수속장으로 들어오니 12시 반경. 다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 러시아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공산시절의 잔재?를 느낀다. 이 많은 사람들이 두 세 창구를 통해 입국 수속을 한다. 더디기만 한 수속 시간. 우리나라 공무원보다 열배는 더 무뚝뚝해보이는 세관원들을 보며 한참을 기다렸고 2시가 되서야 내 차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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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수속 팁

-수속하는 직원은 아줌마였는데, 생각 외로 뭘 묻지도 않고 까다롭게 굴지도 않는다. 그냥 비자 복사한 것과 여권만 내면 잠시 후 도장 찍어서 돌려준다. 여기를 통과하면 세관에서 입출국카드를 체크한 뒤, 짐을 검사하고 나오면 된다. 입출국카드는 나중에 거주지 등록증으로 사용되며, 호텔 등에 신청을 하면 아래 도장을 찍어준다.

-나오면 오른편에 바로 구내매점이 있는데, 여기서 $1=R25로 환전을 해준다. 시내에 갈 때까지 루블을 못 구하니 일단 여기서 해야한다. 하지만 시내가 훨씬 많이 쳐주므로 많이는 환전하지는 말라(필자의 경우 50$을 환전). 매점에서 나오면 출구 왼편에 매표소(KACCA)가 있다. 여기서 블라디보스토크 행 버스표를 샀다. 320루블(약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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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비노 항의 모습


자루비노 항에 있던 기관차. 얼마 후 어디론가 가버렸다.


자루비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버스

사실 처음에는 매표소에 달러를 내미니 뭐라뭐라 해서 알고보니 매점에서 환전하라는 소리였다. 하여간 언어가 안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영표? 같이 생긴 교포?형이 와서 서툰 영어로 이거저거 물어보면서 표사는 것 도와주었다. 이 형도 마침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참이라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고, 나중에 블라디보스토크 버스터미널에서까지 도움을 주시다. 여기에 써봤자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여객터미널을 나오니 개인 차량과 전세버스는 이미 출발하고 없고, 건물 우측으로 돌아가니 3대의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하나는 블라디보스토크행, 하나는 우스리스크 행, 또 하나는 글자를 못 읽었다. 2시 40분 경 버스가 흙먼지를 휘날리며 자루비노 항을 출발하다. 말이 항이지 건물 몇채가 전부인 황량한 곳이다. 마치 미국 서부 개척촌 같은 느낌. 군사지역의 느낌도 나고. 하여간 그에 비해 속초는 대도시였다.

왕복2차선 짜리를 도로를 40여분 쯤 가더니 난데없이 비포장도로다. -_-; 잠시 공사구간인가 싶었으나 2,3시간을 그렇게 가다. 그래도 자루비노-블라디보스토크면 나름대로 간선구간일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산골오지에서도 보기 힘든 비포장도로라니... 그래도 포장 공사를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 안 있어 이곳을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포장도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약 60km 남기고선 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왕복 4차선 짜리 도로로 합류한다. 그제서야 좀 제대로된 마을도 보이고 한다. 그렇게 블라디보스토크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4시간 20분이 걸렸다(나중에 구글어스로 확인해보니 서울-대전 정도 밖에 안되는 거리).

가는 내내 자연풍경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와 비슷하다. 빽빽한 침엽수림도 아니고 그냥 우리와 비슷한 나무들과 야산의 모습. 먼 옛날 고구려 발해의 땅이었을 이곳, 연해주.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같으면 논밭이나 아파트 촌을 개발되었을 법한 들판과 언덕들이 그냥 야생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간간히 집이 몇채 보일 뿐. 경작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잡초와 갈대만 무성하다. 3시간 정도 달리니 대평원이 펼쳐지고 호수가 보이는데 우측 차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굉장히 멋지다. 자꾸 저 들판을 휘젓고 다니는 고구려 기마병사의 모습이 겹쳐진다. 내 핏속 어딘가에 꿈틀거리고 있을 고구려인의 기상. 고구려까지 갈 필요 없이, 러시아가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이곳을 가지기 전까지, 분명 조선인들 중 누군가는 이 넓은 곳을 배회하며 다녔을 것이다. 만주족과도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뭐 그랬겠지.


버스를 타고 가며 본 연해주의 풍경.

한편 자루비노에서부터 계속해서 단선철도를 볼 수 있다. 선로 상태는 매우 불량해보여(마치 예전 용산선처럼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 느낌), 과연 열차가 다닐까, 폐선은 아닐까 생각했으나 역과 열차를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이 선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나진, 청진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구간은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본선 상에서 갈라진 지선 정도로 보면된다. 블라디보스토크란 곳이 반도에 돌출된 곳이기 때문에 거기서 시베리아 철도가 시작되며, 북한으로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함경선(원산-함흥-청진)-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의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즉 중간에 합류하는 일종의 지선 형태이다. 먼 훗날 국제열차가 운행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운행될지 궁금해졌다.





자루비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면서 본 선로와 역, 열차.

블라디보스토크 버스터미널이 시 외곽에 있기 때문에 시내로 가기 위해 택시나 버스, 트램을 타야한다. 택시 탈 경우 기사와 흥정을 해야하는데, 아까부터 나를 도와주었던 이영표 닮은 형이 흥정을 해주었다. 300루블이란다. 너무 비싼 것 같아(4시간 동안 버스탄 가격이 비슷) 트램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는 없냐고 물었으나 영표 형도 시내 쪽으로는 노선을 잘 모른다. 여기저기 알아보러 분주히 다니는데 너무 미안해서 그냥 택시 탄다고 했다. 고맙다고 작별인사를 한 뒤 택시에 올랐다. 30여분 걸려 시내에 도착하다. 여기에 호텔이고 역이고 주요 시설들은 다 모여있다.

9월인데 방이야 쉽게 구할 수 있게지란 생각에 예약은 안 하고 갔다. 그런데 가는 호텔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당연 방은 없단다. 처음 프리모리예 호텔부터 시작해서 블라디보스톡 호텔과 모략 호텔까지 차례로 갔으나 없었다. 8시가 넘어 날은 어두워지고, 러시아에 대해 들은 것(스킨헤드라든지)은 많았던지라 무쟈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다만 모략 호텔은 3000루블짜리 방은 있단다. 너무 비싸 다시 프리모리예로 가서 조금 더 비싼 방 없냐니까 여기는 아얘 방 자체가 없단다. 눈물을 머금고 모략으로 가서 3000루블짜리 잔다고 하고 카드를 내밀자 크레딧카드 안된단다. 언덕을 내려와 현금인출기에서 루블을 뽑아 다시 호텔로 가 체크인을 하는데 종이에 1100을 써준다. 뭐냐... 아까 말이 안통했던 것인지 아님 방이 있으면서도 없다고 한건지... 하여간 1100*2(이틀밤)+20(거주지등록)=2220루블로 이틀밤을 결재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참고로 프리모리예와 블라디보스톡 호텔의 경우 카운터에서 영어가 통했으나, 모략은 규모가 작고 급이 낮아서 그런지 카운터에 여자 한 명있는데 영어 안 통하고 무지 쌀쌀맞음. 내 방은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없다. 각층 마다 청소나 기타 잡무를 당담하는 아주머니 방이 있어서 그 아주머니께 영수증을 보이고 열쇠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짐을 풀자마자 시베리아 횡단열차 표를 사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KACCA라고 쓰여진 팻말을 따라 내려가니 플랫폼이고 열차들이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개집표를 하지 않고 열차내 검표를 하기 때문에 역사 내나 플랫폼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 여하튼 승강장으로 내려가 다시 역사로 들어가니 표를 파는 곳이 있다. 창구가 하나 밖에 없나 생각하고, 미리 행선지와 열차시간, 열차번호, 인원 등을 러시아 글자로 적어온 종이를 내보였다. 날짜와 시간, 가격을 계산해주더니 옆 창구로 가란다. 아 여기는 그냥 인포메이션이었고, 왼쪽 편에 매표 창구가 서너개 있다. 아까처럼 다시 종이를 보여주자 가격과 날짜, 시간을 써준다. 다행히 모레 떠나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N001로시야호, 9월 22일 13:15 블라디보스토크 → 9월 28일 17:42 모스크바, 09호차 K(쿠페-4인실), 16번 침대.
9341.6루블(약 374,000원)

어두운 거리를 지나 무사히 숙소로 돌아오니 9시 40분. 저녁은 커녕 점심도 거른 상태라 무지 배가 고팠다. 2층에 중국인이 하는 식당이 있어 갔으나 끝나는 분위기. 그래도 메뉴판을 주길레 받아보니 전부 한자라 이해를 못하겠다. 주인장한테 내 패스포트 보여주면서 한자 모르겠다고 하자 난감한 표정으로 뭐라뭐라 한다. 간단히 국수 같은거 먹고 싶어 영어로 누들이라고 물어봤으나 전혀 안 통함. 결국 주방으로 데려가더니 돼지고기랑 야채랑 보여주면서 이거로 뭐 어떻게 하겠다고 한다. 이거 바가지 쓰는거 아닌가 싶어 그냥 안먹겠다고 하고 나오자, 또 다른 주방 직원이 매점으로 데려다 준다. 러시아 아줌마한테 컵누들이라고 하며 후루룩 먹는 시늉해보이니까 컵라면 준다. 와~ 물을 부어 방에 올라오니 긴장이 다 풀린다. 너무 힘들었 던 하루. 티비를 틀고 기쁜 맘으로 컵라면 뚜껑을 연 순간. 라면이 아니었다. 무슨 감자죽 같은 것. 물은 다 쫄아 없어지고 죽처럼, 아니 진짜 죽이 되어있다. 느끼했으나 배가 고팠던지라 허겁지겁 먹었다. '비지니스 메뉴'라는 이름의 감자죽인데, 나중에 은근히 이거 맛들렸다. 그렇게 여행 둘째 날이 지나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의 다다라 찍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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