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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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2부 - 독일철도 탐방기 - 2 독일의 철도역

<역>

* 독일 철도역의 특징이라면 'Hauptbahnhof(중앙역)'를 들 수 있다. 왠만한 대도시의 경우 그 도시의 대표역이자 관문인 중앙역이 있다. 서울이나 부산, 도쿄 같은 경우에는 그 도시의 이름을 딴 역이 사실상 중앙역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각 방면으로 여러 개의 역이 있는 런던, 파리, 모스크바와는 다른 형태이다. 또한 꼭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중형급 도시에는 중앙역이 있는데, 한 도시에 여러 역이 있을 경우 그 도시명과 역명이 같이 표시된다.

* 한 2, 3일 돌아다니다 보니, 독일 대도시 중앙역의 사이즈가 대강 잡힌다. 스타일이나 구조, 분위기도 비슷하다. 엄청나게 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으로 프랑크푸르트 역과 라이프치히 역을 꼽아보고 싶다. 서울역의 2~3배는 되지 않을까. 광명역에서 볼 수 있는 아치형 지붕 여러 개가 병렬로 나열되어 있어 실내가 더 커보인다. 라이프치히 역의 경우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깨끗하고 잘 꾸며져 있다. 지하 아케이드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건물들이 100년전인 19세기 말에 지어진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내부. 21이라고 써져 있는 것은 홈 번호.사진 뒤로도 3개의 홈이 더있다.

즉 24개 홈이 병렬로 늘어서 있는 것으로 엄청난 역의 규모를 말해준다.


라이프치히 중앙역


라이프치히 중앙역 내부. 좌측 지하 아케이드는 최근 리모델링 된 듯 하다.

우측에 보이는 아치 뒤에서 열차를 탄다.

참고로 역의 크기를 비교해 보기 위해 구글 어스를 이용해보았다.

모두 1km 상공에서 본 것으로 위에서부터

서울역, 도쿄역,

프랑크프루트 중앙역, 라이프치히 중앙역,

베를린 중앙역, 런던 워털루역 이다.

* 중앙역의 경우 대개 Reise Zentrum 이라는 것이 있다. 티켓 예약과 발권, 열차 이용 안내를 해주는 곳인데, 마치 은행이나 서비스센터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여기에는 창구 뿐만이 아니라 각종 열차 안내 팜플렛과 시각표들이 비치되어 있어, 열차 이용에 관한 문의점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해놓았다. 우리식 개념에서의 '매표소', 즉 창구가 그냥 바깥에 달랑 있는 것을 본 것은 뮌헨 중앙역이 유일했다.



Reise Zentrum

* 선로의 끝이 막혀 있고 거기에 플랫폼이 있는, 종착선 형태의 역이 많다(특히 중앙역에). 이것은 비단 독일 뿐만이 아니라 유럽 철도역 전체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형태의 플랫폼의 경우 승객들이 계단을 거치지 않고도 쉽게 열차에 접근하거나 환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형상 선로가 시가지를 가로지르지 않아도 된다.

반면 여러 개의 선로와 플랫폼이 있을 경우 평면 교차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독일에서는 완벽한 다이어그램 때문인지 별로 이것을 못 느꼈지만, 런던의 경우 평면교차 때문에 열차 출발 5분 전에야 출발 열차와 플랫폼이 표시되었고, 지연도 속출했다. 이외에도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의 제동이 안 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앞 뒤 상관없이 운전이 가능한 동차의 경우 상관없지만, 기관차 견인 방식의 경우 장폐단으로 다시 역을 빠져나가야 할 수 밖에 없다(예전 증기기관차 시절에 그 수 많은 종착역들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형태의 역이 왜 우리나라에는 없는가 궁금해졌다. 목포나 여수, 부산 같은 경우 이러한 형태를 충분히 취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부산 같은 경우 몇 개의 선로는 항구 인입을 위해 옆으로 뺀다고 쳐도, 여객을 위한 선로의 경우 이러한 식으로 만든다면 좋을텐데. 다른 문제를 다 떠나서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계단없이 쉽게 열차로 접근할 수 있는 굉장히 편리한 구조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선로의 외곽 이설로 같이 시외로 내몰리게 된 역들 - 경주나 군산, 원주 - 의 경우. 무작정 역을 외곽으로 이설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접근로는 남겨두고 앞서 말한 유럽의 종착선 형태의 역으로 만든 뒤 동차를 투입시키면 안될까? 장거리 여객은 외곽역에서 당담한다고 쳐도, 그 외곽에 접근하거나 인근 단거리 이동의 경우 기존역을 그대로 살린다면 철도 이용률을 높일 수 있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들뿐이다.



선로가 막힌 종착역 방식

* 독일 철도역 승강장에서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긴 승강장을 나눠쓴다는 것이었다. 플랫폼의 경우 1번 홈, 2번 홈..의 식으로 나가는데, 긴 홈에 짧은 편성의 열차가 정차할 경우 1a, 1b, 1c 같은 식으로 나누어 쓰는 곳이 많았다. 즉 이미 열차가 플랫폼의 중간 정도까지 들어온 선로에, 또 다른 열차가 상대 열차가 있는 바로 앞까지 들어왔다가 다시 왔던 길로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영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


사진 찍은 위치가 9번 승강장, 전면에 보이는 곳이 109번 승강장.

자세히 보면 같은 홈 선상이지만 선로가 다르다. (코블렌즈 역)

* 테러의 영향 때문인지 새로 생긴 베를린 중앙역의 경우 동전을 넣는 무인 방식인 코인로커가 없었다. 직접 당담자가 짐을 받아서 맡는 곳이 있었다. 공항 검색대처럼 엑스레이 검사까지 한 뒤 짐이 맡겨진다. 베를린에서는 하루에 3유로였으나, 런던 유스턴 역에서는 하루에 6파운드라 짐 맡기기를 포기했었다.

게팩센터, 짐 맡기는 곳.




KTX 패밀리라운지의 모델이 된 DB 라운지.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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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번 여행의 2부 '독일철도 탐방기'를 올려봅니다. 독일에서는 5일 짜리 독일철도 셀렉트 패스(유스)를 이용하여, 약 10일 동안 간선철도와 각 대도시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살펴보았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가기 전에 짜놓은 스케줄을 참고해주세요. (다만일정이 바뀐 부분이 많습니다)

☞ 독일 일정

덧붙여 블로그에 독일철도에 관해 쓴 글이 있는데 참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http://blog.paran.com/station215/612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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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2부 - 독일철도 탐방기 - 1 독일철도와 개집표


<독일 철도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

독일 철도는 일본 철도와 더불어 양적, 질적으로 세계 최고의 철도 시스템으로 꼽고 싶다. 기본적으로는 둘 다 이용하기 편리한 훌륭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두 철도 사이에는 미묘한 색깔차가 있다. 일본 철도가 다양한 모델과 기능을 갖춘 소니 워크맨이라면, 독일 철도는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측면을중시한 아이팟에 비유하고 싶다.

철도 차량의 예를 들어보겠다. 일본 철도에는 다양한 모양의 수 십가지 형식의 열차가 지역마다 다른 도색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독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차 형식도 적고 그나마도 대부분 엇비슷해 보인다. 도색의 경우에도 S반과 지역열차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붉은 도색, 반대로 ICE와 IC의 경우 하나 같이 흰바탕에 빨간 줄이 들어간 도색이다.사실 독일 철도를 둘러보면서 한국이나 일본의 철도와 같이 아기자기하고 구수한 맛은 느끼기 힘들었다.그러나 독일 철도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었다. 독일 철도는 이용자의 입장에서,화려하지는 않지만 정말 군더더기 없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독일 어딜가나 DB 소속 지역열차의 경우 열이면 열 다 이런 도색.

반면 ICE나 IC같은 간선열차의 경우 백이면 백 흰도색에 빨간줄.

<개집표>

* 함부르크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AKN이라는 이 지역 사철을 타보기 위해 S반을 타고 Eidelstedt역까지 갔다. 사철로의 환승역이라해서 내리자마자 AKN 타는 곳으로 뛰어내려가려고 했다. 환승역이라면 당연히 계단을 이용하는게 머릿 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승강장 출구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안내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AKN은 필자가 S반에서 내린 바로 그 홈, 똑같은 선로로 들어온다고 써있었다. 아, 개집표가 없으니까 이게 다르구나.

독일에 와서 가장 깊이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철저히 이용자를 염두에 둔 공공교통" 체계이다. 그 중 한 가지로 개집표가 없이 열차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독일에는 고속열차나 IC 같은 간선열차에서부터 S반, U반과 같은 통근형 열차에 이르기까지 역에서 개집표를 하지 않는다. 다만 간선열차 같은 경우 검표를 거의 필수적으로 한다. 개집표가 없는 대신 승강장에 들어서면 자판기가 있다. 여기서 표를 사서 바로 옆에 봉 같이 서 있는 기계에 집어넣으면 날짜와 시간이 찍혀 나온다. 물론 개집표를 생략한 것이 꼭 이용자를 위해서만 취해진 조치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냥 오래전부터 하나의 관습처럼 굳어져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유럽권이면서도 개집표를 하는 영국이나, 지하철이나 광역철도에 한 해 개집표를 하는 러시아의 경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개집표를 생략할 경우 부정승차자를 대량으로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부정승차자 때문에 대다수 선의의 이용자가 불편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독일 철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정승차자보다 선의의 이용자를 먼저 가정에 두고, 설사 부정승차자가 있더라도 일단은 이용자가 편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덕분에 공공교통 이용자는 복잡한 개집표 절차를 생략하고 열차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개집표가 없음으로 인해 역사 구조가 단순해지고 이용자의 동선이 짧아졌다.


* 이번에는 운영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냥 돈 안내고도 충분히 탈 수 있을텐데, 분명 그런 사람들도 있을텐데 운영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개집표 시스템에 비해서 엄청난 비용을 아끼고 있다. 첫째가 시설비 측면이다.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역 구조가 굉장히 단순하다. 예를 들어 U반이나 S반 지하역의 경우 지상에서 한 층만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같으면 지하철 매표소가 있을 곳에 승강장이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환승역의 경우에도 우리처럼 복잡하게 통로를 안 만들어도 되고, 환승시 운임이나 개집표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도 필요없다. 결국 운영 주체들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인 건설비를 다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개집표 기계나 이를 관리할 인원이 필요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유지비, 인건비도 경감할 수 있다. 게다가 독일의 경우 자동매표 비율이 매우 높아(S반 같은 근거리 여객의 경우 거의 100%) 표 파는 인원도 없다. 예를 들어 베를린 중앙영 바로 옆에 있는 Bellevue라는 작은 역의 경우를 보자. 우리의 남영역과 비슷한 형태의 선상역사인데, 한 개의 섬식 승강장에 S반 열차만이 정차한다. 이 역에 근무 인원은 1명이다(교대 인원 제외). 승강장 가운데에 안전 유지 겸 안내 센터 겸해서 조그마한 사무실이 하나 있을 뿐이다. 열차가 들어오면 여기에 있는 역무원이 나와 승객들이 열차에 승하차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무실에는 CCTV가 있어 항상 역사 내를 감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개집표 없는 시스템을 할 경우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하는 한다.

(-) 부정승차 증가에 따른 수입 감소
(+) 건설비(단순한 역사 구조 가능)
(+) 운영비(개집표 관련 시설, 인원 필요 없음)

이외에도 주기적인 개집표 단속으로 부족분 일부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한국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역사와 환경이 다르고 시민의식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준법의식이 약해서 아직 안되...'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이 아닐까?

한편 철도애호가 입장에서 개집표가 없는 것은 어떻게 다가왔는가.. 원하면 그냥 승강장에 들어가서 열차 사진을 찍을 수가 있어 좋긴 좋다. 그런데 뭔가 사진에 대한 희소성이랄까, 이런게 안 느껴진다. 진짜 내가 탈 기차표를 구해서 어렵게 승강장으로 들어가 덤으로 다른 열차도 좀 찍고 이런게 우리나라인데, 여기서는 그냥 원하면 들어가 찍으면 된다. 게다가 선로가 끝나는 종착식 역도 많아서 이 승강장에서 저 승강장으로 쉽게 쉽게 옮겨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뭔가 허무하다. 독일 여행 이틀만에 ICE랑 각종 열차들을 종류별로 다 찍어버렸으니.. 또, 철도패스로 탈 수 없는 U반이나 일부 사철의 경우에도 표를 사 탈 계획까지 세웠으나 그냥 들어가 사진만 찍고 나오는 등 경비를 절감할 수 있던 점은 좋았다.

우측에 있는 것이 자동매표기. 좌측에 보이는 봉 같은게 개표기 역할을 하는 기계로 빨간 부분에 표를 넣으면 날짜와 시간이 찍혀져 나온다(이것을 안 할 경우 부정승차처리).


베를린 S반 역.근무인원이라고는 가운데 보이는 역무원한 사람뿐.

그 뒤 박스는 역무실 겸, 안내센터 겸, 안전 감시소 역할을 한다.


따로 개집표기가 없고, 알아서 저 봉에 개표를 하고 열차를 타면 된다.

저 뒤가 바로 승강장이다. (뉘른버그 U반 역)


사진 속 아치 위가 도로고, 아치 속이 승강장이다.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역 구조가 단순하다.

서울 같으면 매표소와 개표기가 있을 자리에 승강장이 있는 셈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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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7 모스크바에서 바르샤바로 (1부 끝)


<2006년 9월 29일(금) - 30일(토), 모스크바에서 바르샤바로>


* 러시아에서 폴란드로 가기 위해 바르샤바 행 열차가 출발하는 벨로루스카야 보크잘 Belorusskaya Vokzal 역으로 갔다. 그냥 벨로루스카야 Belorusskaya 역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이 역은 근교 열차가 출발하는 역 같았다. 홈이 두 개에 동차가 오가고 있었고, 개집표를 위한 게이트도 있었다. 반면 벨로루스카야 보크잘 역의 경우 장거리 열차용 역으로, 선로가 끝나는 종착선식 플랫폼이 다섯 개 정도 있었다.


벨로루스카야 보크잘 역(모스크바)

* 2006년 9월 29일 10:23 모스크바 BV → 9월 30일 06:25 바르샤바 중앙, 21호차 2등실(4인실), 41번 침대.

표가 두 장(속지 포함 4장)이다. 각기 R446.1, R1478.9라는 액수가 적혀있는데, 하나는 운임권 하나는 침대권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액수를 더하면 1925 루블인데, 호스텔에 부탁해서 살 때는 R2350을 받았다(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89(1$=R26,45)+수수료 5% = $94 를 모스크바-바르샤바 간 열차 운임으로 지급하였다. 우리 돈으로 8, 9만원 하는 셈이다.


* 국제열차이기 때문에 열차번호가 구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바뀐다.

(열차는 러시아-벨라루스-폴란드의 3개국을 지나게 된다)

모스크바 - 민스크 Minsk : 025
민스크 - 테레스폴 Terespol : 103
테레스폴 - 바르샤바 : 11008

모스크바에서 출발할 때의 편성은 다음과 같다.

◀기관차┃기관차▶[?][12호차][11호차][10호차][9호차][0호차][8호차][7호차]...[2호차][1호차][*]

기관차: ChS7형 전기기관차 중련 (하루 전 내렸던 TSR에서와 같았다)
[?] : 수화물차나 우편차, 발전차(?)
[0호차]: 식당차나 1등실(?)
[*]: 필자가 탄 바르샤바 행 객차. 이 객차 이외에는 모두 민스크 종착이다. 즉 민스크에서 객차가 분리되어 다른 편성에 붙는다.


모스크바-민스크를 잇는 열차의 기관차(ChS7 형)


앞의 파란색 객차는 민스크 종착, 뒤의 녹색 객차는 바르샤바 행


* 모스크바에서 객실에 오르니 4인실에 필자를 포함 5명이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표 사기 당했구나 싶어 눈 앞이 깜깜해졌으나, 알고보니 다른 한 명이 한 달 뒤의 표를 잘못 산 것이었다. 그는 중간에 내려 다른 열차를 탈 뻔 했으나, 다행히도 같은 객차 다른 방에 자리가 있어 그곳으로 옮겨갔다. 어쨌든 5명이서 오후 2, 3시까지 계속 이야기만 했다. 물론 필자의 경우 거의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같이 탄 4명에 대해 설명을 하면, 러시아인 2명, 벨라루스인 1명, 폴란드인 1명이었는데 모두 러시아어로 대화했다.

표를 잘못 산 그 친구는 러시아인으로 폴란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바실리'라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한글이나 한국어에 대해서도 꽤 상세히 알고 있었다. '천리마'라는 단어를 말하길레 깜짝 놀랐다. 영어는 매우 유창해서(발음은 좀 이상했지만)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었다.

벨라루스인의 경우 '호이스챠(발음이 이상해 확실하지 않음)'란 이름의 30살 짜리 형이었는데,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는 카메라맨이었다. 체르노빌 원전과 카스피해 등 여러 곳에서 촬영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영어는 좀 서툴렀지만 어느 정도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어서, 바실리가 다른 방으로 간 뒤 음악, 영화, MP3, 오토바이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일제 오토바이를 매우 좋아했다. 반면 한국의 '도시락'면에 대해 설명해주니 중국산인 줄 알았단다. -_-; 솔직히 이 형 처음 볼 때는 인상이 더러웠다.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무슨 서부극에 나오는 갱단 두목처럼 생긴게 수염도 자글자글하고 머리도 길렀는데, 소지품 잘 간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사람이 정말 좋았다. 약간 남미 사람처럼 생겼는데, 알고보니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어렸을 때 벨라루스로 왔다고 했다. 결혼은 안 했는데 민스크에 아들이 있단다. 13살 이라는데, 그럼 도대체 애를 몇 살에 낳았다는거지?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빅토르 최(옛 러시아 교포 출신 록커) 좋아한다면서 휴대전화 MP3로 들려준다.

나머지 두 사람은 5, 60대 아저씨 였는데 영어는 전혀 안 통했다. 그렇지만 바실리가 통역을 해주어 간단한 대화는 나눌 수 있었는데, 한국에도 눈이 오냐고 물었고(러시아가 아무리 춥다해도 한국을 아열대국가로 생각하다니), 필자가 가져간 한국어 소설책을 보더니 삽화가 없으면 위아래 구분도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폴란드인 아저씨의 경우 매우 친절했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 오전 10시에 출발한 열차는 오후 5시경 오시노브카 Osinovka 에서 러시아/벨라루스 국경을 넘지만 별도의 검사는 하지 않는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을 넘을 때 러시아 출국 건까지 한번에 다루는 것이다. 가는 내내 보이는 차창 밖 풍경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보았던 러시아의 풍경과 별 다를 바 없었다. TSR과 달리 역에서 컵라면 파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모스크바 바르샤바 간 열차를 타시는 분들은 꼭 타기 전에 먹을 것을 사가지고 타시기를 바란다. 객차의 경우 TSR의 로시야 호보다 시설이 더 안 좋았다. 로시야호의 경우 2003년 제작한 신조였던 반면, 이 객차는 좀 오래되어 보였다. 물론 시설도 깨끗하고 이용에 별 불편은 없었으나, 우리의 통일호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겼다. 시차의 경우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벨라루스가 -1, 폴란드가 -2시간이며, 폴란드 시각은 영국과 포르투갈을 제외한 서유럽 전체의 시간과 같다.



객차 내부

모스크바 시각으로 저녁 9시 쯤 되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역에 도착했다. 민스크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TSR에서 보았던 도시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민스크 역은 크고 현대적이었으며, 여기서 바르샤바 행 객차가 분리되어 다른 편성에 붙었다. 한편 차장이 출국 신고서를 나눠주었는데, 모두 러시아어로 써있어서 바실리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쓰기 힘들 뻔 했다. 그 때 찍은 이미지인데, 혹시 이 루트로 가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출국신고서(앞면)

☞ 출국신고서(뒷면)

밤 12시 반 (모스크바 시각으로 새벽 1시 반) 경, 브레스트 Brest에 도착하다. 브레스트 역사는 왠지 음울한 분위기가 나는 석조 건물이었다. 국경역 답게 면세점도 있었으나 밤이라 그런지 문은 닫은 상태였다. 바실리의 말로는 낮에 지날 경우 면세점을 살펴보며 열차 궤간 바꾸는 것을 기다린다고 했다. 기차역에 면세점이 있다니, 참 신기했다. 같은 방에 있던 벨라루스인 형과 러시아인 아저씨는 내리고 폴란드인 아저씨랑 둘이 남게 되었다. 출국 수속은 열차 내에서 했다. 벨라루스 경찰이 들어와 여권을 수거했고, 다시 조금 뒤 다른 여경이 들어와 신고서를 거두어갔다. 출국이라 그런지 까다로운 것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손전등으로 의자 밑과 짐칸을 훑어보았으나, 가방 속을 일일이 검사하지는 않았다. 다시 여권을 돌려받았는데, 거주자 등록용지 겸 입출국카드는 수거되어 있었다.


브레스트 역

출국 수속이 끝나고 새벽 1시경, 대차를 바꾸기 위해 객차가 차량기자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경우 광궤(1520mm)를, 폴란드와 서유럽 주요 국가의 경우 표준궤(1435mm)를 사용하기 때문에 궤간차가 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객차를 들어 밑의 대차 부분만 바꾸는 것이다. 승객들은 모두 객차 안에 있는다. 잔뜩 기대를 하고 창가에 기대어 있었는데 언제 바꾸는지도 모르게 바뀌었다. 객차를 든다고 해서 높이 들어올려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나사 끼우는 소리, 연장 소리 같은 것만 계속 들리고. 객차 밖으로 나올 수가 없으니 작업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대차 교환 작업이 끝나고 다시 브레스트 역으로 왔고, 필자의 방에는 바르샤바로 가는 러시아인 모녀가 새로 탔다.


대차 교환 장치

새벽 3시가 다 되어 열차는 서쪽으로 다시 출발하였다. 5분 정도 달리나 싶더니 이제 폴란드 쪽 국경역인 테레스폴 역이었다. 여기서 다시 폴란드 입국 수속을 한다. 폴란드 경찰들이 객차로 들어와서 여권 검사를 하였다. 여권을 보더니 South? North? 라고 묻더니 여권을 가져갔다. 그 사이 여경이 들어오더니 술이나 담배 신고할 것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후 영어를 할 줄 아는 경찰이 다시 여권을 가지고 오더니 태어난 곳과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잘 대답을 하자 여권을 돌려주었다. 서울, 사우스 코리아라고 하니까 인정받는 분위기. 그렇지만 기분이 안 좋았다. 북한이 불량국가 취급 받는거야 상관할 바 아니나, 괜히 우리까지 덤태기 쓰는 것 같았다. 내가 만약 Japan이었어도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들었을까. 여권이라 해봤자 South Korea 가 아닌 Republic of Korea 라고 표시되어 있으니(마찬가지로 북한의 경우 North Korea가 아닌 DPR Korea) 먼 이국땅 사람들에게야 남이건 북이건 구분이 안 갈 법도 하다.


* 어쨌든 그렇게 러시아를 탈출(?)하여 서유럽 진입에 성공하였다. 다시 침대에 올라 잠을 청했고, 드디어 오전 6시 반(모스크바 시각으로 8시반), 약 22시간 만에 바르샤바 중앙역에 도착하였다. 바르샤바 중앙역은 우리의 광명역처럼 지하로 진입하여 승강장이 지하에 있는 역이었다. 확실히 역사 내 시설 같은 것이 러시아보다 세련되어 보였고 사먹을 곳도 많이 보였다. 동양인도 많이 보여 러시아에서보다 왠지 마음이 편했다.

바르샤바에 도착해서 먼저 한 것은 베를린으로 가는 표를 사는 일이었다. 카드도 되고 영어도 통해서 쉽게 표를 살 수가 있었다. 표를 사고 아침으로 케밥을 사먹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 알맹이만 빼먹고 버렸다.

EC46 Berlin - Warszawa Express, 2006년 9월 30일 07:25 바르샤바 중앙 → 13:16 베를린 중앙, 117.79 폴란드 Zlotych (=29.30유로, 한화로 4만원 정도)



바르샤바 중앙역


* 지하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곧 열차가 들어왔다. 빨간색 전기기관차 견인이었고, 흰색 객차에는 Berlin - Warszawa Express 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오픈 살롱 객차와 디파트먼트 객차가 같이 편성되어 있었는데 필자의 좌석은 오픈 살롱이었다. 열차 시설이 확실히 러시아와는 달랐다. 일단 객실이 깨끗하고 최신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도 자동식이고 화장실 변기도 비행기 화장실처럼 흡입하는 방식이었다. 열차는 곧 바르샤바 시가지를 벗어나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달렸다. 차창으로 보이는 집들이 러시아와는 달리 부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보통 슬레이트 지붕이 많이 보였는데 여기는 벽돌 지붕이었다. 열차의 속도도 상당히 나오는 것 같았다. 고속열차까지는 아니어도 한 200km/h 정도는 나오는 느낌이었다.

오후 12시 쯤 폴란드/독일 국경을 넘었다. 폴란드 쪽 국경역에서 독일 경찰이 타 일일이 여권을 검사했다. 검사하는 동안 열차는 국경을 넘는데 독일 쪽 국경역에 와서 경찰들은 내렸다. 출입국을 따로 검사하는게 아니라 그냥 한번에 하는 것이다. 나중에 독일에서 벨기에와 프랑스를 거쳐 유로스타를 이용해 영국으로 갔는데, 독일/벨기에 국경의 경우 아얘 검사 자체가 없었다. 역시 유럽은 하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스타를 탈 때는 영국 심사관들이 여권 수속과 짐 검사를 하였는데, 너무 까다롭게 굴어 열차 하나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대륙 국가들과는 항상 다른 행보를 보이는 영국의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1시 반 경 베를린 역에 도착하였다. 바르샤바 중앙역에서 놀란 것은 약과에 불과했다.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개장한 베를린 중앙역에 내렸는데, 정말 입이 안 다물어졌다. 유리로 되어있는 것이 우리의 KTX 광명역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미래 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위로 기차가 지나가고 아래로 기차가 지나가고.. 외벽 유리 너머로 독일연방의회를 비롯한 베를린의 시가지의 풍경이 들어왔는데 정말 멋졌다. 불과 하루 전 출발한 모스크바의 역과는 완전 다른 세계였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영어도 잘 통하고, 누가 나한테 뭐라 하지도 않고, 경찰이 불심검문 할까 걱정 안 해도 되고.. 정말 지상 낙원이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린-바르샤바 익스프레스


* 이후 독일에서는 5일짜리 독일철도 셀렉트 패스를이용하여 10일 정도 체류하였다. 다시 유로스타를 타고 영국으로 가서 15일짜리 영국철도 연속패스를 이용해 3주 가량을 체류하고 돌아왔다.

(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1부 끝)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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