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3부 - 영국철도 탐방기 - 3 버진트레인 vs GNER

<버진트레인 vs GNER>

* 런던 도심 북부의 두 역 - 유스턴 Euston 역과 킹스크로스 King's Kross 역. 이 역은 영국 북부로 가는 양대 간선의 시종착역이다.


┌ 유스턴역 / 서해안간선(West Coast Mainline)의 시종착역 / 버진트레인이 장거리열차를 운행
└ 킹스크로스역 / 동해안간선(East Coast Mainline)의 시종착역 / GNER이 장거리열차를 운행


* Virgin Trains의 '펜돌리노'

버진트레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혁신과 참신함"이다. 대부분의 차량이 2000년대 이후 도입한 것이며, 그 중에는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틸팅(고속주행을 위해 커브에서 차량을 자체적으로 기울이는 기술)차량 '펜돌리노'도 있다. 버진트레인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 Virgin West Coast (VWC) / 런던 시종착 서해안 간선 / 틸팅전동차 투입
└ Virgin Cross-Country (VXC) / 비 런던지역 간선 / 디젤동차와 틸팅디젤동차 투입

이 중 GNER과 경쟁하고 있는 것은 VWC이다. 서해안간선의 특징은 한국의 경부선이나 일본의 도카이도선과 달리 주요 도시를 지나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 갈라지듯이 각 도시로 분기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목포행과 광주행으로 나뉘는 호남선에 비유할 수 있다.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는데, VWC는 다행히 열차 편성 수가 굉장히 많다. 버밍험행이 시간당 2편성, 맨체스터행 시간당 2편성, 리버풀행 시간당 1편성, 글래스고우행 2시간당 1편성(+랭캐스터행 2시간당 1편성)의 수준이다. 만약 이 도시들이 한 노선 상에 있었다면 시간당 6편성, 10분 시격으로 열차가 다니는 셈이 된다. 간선열차 치고는 상당한 양의 편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VT를 몇 번 탔어도 크게 붐비던 적이 별로 없었다. 한편 틸팅열차 '펜돌리노'의 승차감은? 기우는 것을 실제 느낄 수가 있다. 창밖을 보면 확연히 보인다. 그런데 원심력(구심력?) 때문인지 그렇게 쏠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 각도로 열차가 멈춰있다면 서있기 힘들 것이다.

Virgin West-Coast의 390계 틸팅전동차 'Pendolino'. (칼라일 Carlisle역)



Virgin Cross-Country의 디젤차량. 틸팅 디젤차량도 있으나 외관은 같다.

Virgin Trains 4호선은 VWC 중 유일하게 비전화 구간을 달리기 때문에 디젤차량이 운행된다.

단왕복1편성에 한해 틸팅전동차가 운행되며 비전화 구간에서는 위와 같이 디젤기관차 견인의 형태를 취한다.

(Hollyhead역, Fujifilm400h 필름)



2등실 내부.



1등실 내부. 버진트레인 1등실에는 아침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 GNER의 'IC125'

여기에 대항하는 맞수, GNER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통의 고수"다. GNER은 옛 국철시대에 사용하던 IC125와 IC225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IC125는 1976년 데뷔한 디젤 Push-Pull 열차로, 앞뒤로 디젤기관실이 달린 우리의 새마을호 pp열차라고 보면 된다. 최고속도 125mile/(약200km/h)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한편 IC225는 Push-Pull 이긴 하지만, 앞뒤로 디젤이 아니라 전기기관차가 달려있다. 마찬가지로 최고속도를 따 이름을 지었으나, 이번엔 mile/h가 아닌 km/h다. 동해안간선은 런던-에딘버러 구간만 전철화되어있기 때문에, 에딘버러 이북 구간을 직통하는 편성은 디젤인 IC125가 투입된다.

GNER의 IC125를 타고 런던 킹스크로스에서 에딘버러 웨이버리역까지 완승을 해보기로 하였다. 오전 10반차를 탔는데, Full Reserved라고 전광판에 나온다. 그야말로 만원 좌석이라 자리 예약을 안 하고 탄 사람들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다 객실 밖 바닥에 앉아가는 등 굉장히 혼잡하였다. 동해안간선은 서해안간선과 달리 주요 도시가 본선상에 위치한다. 즉 경부선이나 도카이도선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GNER의 열차는 시간당 2편성 가량만 투입된다. 서해안간선의 VT보다 양적으로 훨씬 밀린다. 그 때문인지 GNER을 세 번 타보았는데, 그 때마다 이처럼 혼잡도가 높았다.

IC125의 좌석. 무슨 응접시 쇼파 같다(그래도 리클라이닝은 안 됨). 진짜 70년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하다. VT에 비해 영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영국에 간다면VT의 신조 차량보다는 GNER을 타보라고 더 권하고 싶다. 1976년 데뷔이니 30년이나 된 셈인데,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고. 물론 어디처럼 25년만 딱 채우면 고철로 팔아버리는 나라는 아니니 당장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60년대 생산된 지하철 전동차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도 보고 왔으니. 어쨌든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가는 4시간 내내, 경부선 새마을호나 도카이도 신칸센에서 0계를 탄 느낌이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간선, 그렇지만 열차 안의 시계는 7, 80년대. 반면 같은 GNER이라도 IC225(1988년 데뷔)의 느낌은 완전 달랐다. 붐비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문도 버튼식 자동문이고 실내 인테리어도 더 깔끔했다. 게다가 IC225차량의 경우 2004년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쳤기 때문에 사실상 신조 차량의 느낌이었다.


GNER의 구 IC125 열차. 디젤기관차 push-pull 형태로 비전화구간인 에딘버러 이북행 편성에 운용되고 있다. (York역)



2등실 내부. Mark3형 객차.



1등실 내부. 객차 내부가 완전 응접실 분위기다. 굉장히 영국적이다.



구 IC225 열차. 전기기관차 push-pull 형태로 동해안간선이 전철화된 1980년대 후반부터 투입되기 시작하였다.

(런던 King's Cross역)



구 IC225 열차 내부. Mark4형 객차로 2004년 실내 개조를 거친 후사실상 신조 차량으로 태어난 느낌이다.


* 예약석 비교

한편 예약된 좌석을 표시하는 방법에서도 양사의 특징을 읽을 수 있다. VT를 비롯해 최근 도입된 열차의 경우 창문 위에 LED 표시기가 있어 좌석번호와 예약 구간이 표시된다. 반면 IC125와 IC225 등 구식 열차에서는 좌석등받이에 홀더가 있어, 예약이 되어 있을 경우 여기에 'Reserved'라고 적힌 종이가 꽂힌다. 이 종이에는 예약 구간과 "만일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함부로 이 종이를 빼거나 손상시킬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무서운 글귀가 적혀있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주로 LED 표시기가 많았으나, 구형 IC 열차의 경우 좌석등받이가 아닌 창문 위에 예약 종이 홀더가 있었다.

GNER의 예약석 홀더


First Scot Rail에서 본 홀더.



<다른 간선철도 회사의 노장 & 신예>

* First Great Western


노장 IC125. (St. Erth역)



신예 180계 디젤동차 'Adelante'. (런던 Paddington역)

* Midland Mainline



노장 IC125. (런던 St. Pancras역)



신예 222계 디젤동차 'Merdian'. (런던 St. Pancras역)

* HullTrains



222계 디젤동차 'Pioneer'. (런던 king's Cross역)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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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영국철도 탐방기 - 2 영국의 열차

<영국의 열차>

* 영국은 동차의 왕국

'동차의 왕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신칸센이 전동차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화물열차까지 동차화하는 나라이니.. 하지만 영국도 그에 못지 않은 동차의 왕국이다. 7, 80년대를 주름잡았던 간선 특급 IC125와 IC225, 여기에 야간열차와 화물열차 정도만 제외하면, 영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여객열차는 동력분산식의 동차이다. 런던권을 비롯한 잉글랜드 남부 지역의 경우 전동차가 대세이지만, 맨체스터 정도를 경계로 그 이북 지역과 웨일즈, 콘웰처럼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의 경우 기동차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에서 동차가 발달한 이유는 아마도 대륙과는 고립된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장거리를 달리는 국제열차보다는 근거리 여객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동차의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참고로 열차의 통행 방향(좌측)과 대부분의 철도에서 고상홈을 쓴다는 점도 영국과 일본이 비슷하다. 철도 이외에도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은 두 나라(특히 국민성).. 영국을 유럽의 일본이라고 해야 하나,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이라 해야 하나?


런던 근교 동부를 달리는 c2c 철도의 전동차


TransPennine Express의 신조 185계 디젤동차. 일종의 특급열차 역할을 하고 있다.


Northern Rail의 디젤동차. 지역 로컬선을 달린다.


* 리클라이닝 시트

한번은 칠턴 레일에서 다른 통근형 노선과 차별화한 일종의 특급열차인 'Clubman Car'(런던-버밍험 간 운행)를 타 보았다. 그러나 리클라이닝에 대한 기대는 무참히 깨졌고, 한국의 왠만한 시외버스 좌석보다도 딱딱한 좌석에 앉아올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영국에서 리클라이닝 시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에서는 그래도 ICE나 IC 같은 간선열차를 타면 리클라이닝 시트(KTX 처럼 몸으로 밀어내리는 식)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30여 년 간영국 간선열차의 왕좌를 지켜온 HST(구IC125)열차는 물론, 최근 도입된 틸팅열차인 390계 버진트레인을 타도 고정식 좌석 밖에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꼭 리클라이닝이 된다고 편한 좌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종의 문화적 차이가 아닐지. 그렇지만 무궁화만 타도 리클라이닝이 되는 나라에서 KTX 같은 좌석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으리라 본다. 그렇게 욕하는 KTX 좌석이 얼마나 편한 자리인지, 영국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영국에서도 딱 한 번 리클라이닝에 앉은 적이 있다. 스코틀랜드와 런던을 잇는 야간열차인 '칼레도니아 익스프레스'의 좌석차를 이용했는데, 2+1 배열에 모양도 KTX 특실에서 쓰는 좌석 그대로 였다. 정말 여기에 앉자마자 잠이 들어 왠만한 침대열차보다 푹 자고 내린 기억이 난다.


Chiltern Railways의 168계 디젤동차.

런던- 버밍엄 구간에서 'Clubman Car'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특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Clubman Car의 좌석. 나름 고급화를 시도했으나 리클라이닝이 안 되는 딱딱한 의자다.


히드로 익스프레스의 1등실. 좌석은 한 층더 고급스러워 보이나 역시 고정식이다.



런던 근교의 광역철도에는 이렇게 2+3배열의 좌석도 많다.

형편없이 불편한 좌석이라기 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이 앉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닐까?

서울-천안 95km 2시간 코스를 롱시트로 운행하고 있는 것에 비교해 본다면 말이다..


* 문 여는 방식

우리나라에서는 열차가 역에 도착하면, 차장 혹은 기관사에 의해 모든 객차의 출입문이 일률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반면 영국에서는 승객이 직접 출입문에 있는 버튼을 눌러 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출입문의 안과 밖에 각각 버튼이 있는데, 열차가 역에 도착하면 곧 이 버튼이 깜빡거리고 이 때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것이다(오직 버튼이 깜빡거릴 때만 열리며 주행 도중 문을 열거나 할 수는 없다). 물론 닫힐 때에는 자동으로 한 번에 닫힌다. 이러한 방식은 유럽에서 널리쓰이고 있으며(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차량이 이런 방식), 일본의 홋카이도와 동북지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런던 지하철의 경우에도 일부 서울과 같은 방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버튼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승객이 적게 내리고 타는 역에서 열리는 문의 수를 줄여, 객차 내 냉난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이 일본의 추운 지방에서 쓰이는 이유이다. 이외에도 문을 여닫는데 드는 에너지를 다소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설치 비용이 든다는 점과, 혼잡도가 높은 구간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은 약점도 있다. 대부분이 지상 구간인 수도권전철, 특히 최근 도입을 시작한 교류전용 6000대 전동차에 이러한 방식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애초에 전동차를 설계할 때 이 방식을 적용한다면 설치 비용도 줄일 수 있을텐데.. 간혹 수도권전철이나 지하철의 지상역에서 추운 겨울 날 신호정지로 장시간 정차하고 있을 때, 전동차의 문을 두 개만 열고 두 개는 닫아놓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버튼 방식으로 한다면 참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영국에서는 버튼 방식 외에 'slam door'라고 하는 직접 손으로 문을 여닫는 방식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호를 끝으로 사라진 방식이지만, 영국의 경우 아직도 상당수의 차량에서 사용되고 있다. 동차(Multiple Unit)의 경우 런던 남부를 중심으로 오래된 차량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퇴역한 상태이다. 반면 객차에서는 슬램도어가 여전히 건재하다. 영국의 객차는 시대별로 Mark1 ~ 4까지 나뉘는데, 현재 야간열차에서 쓰이는 Mark2, 3과 IC125에서 쓰이고 있는 Mark3에는 여전히 슬램도어가 쓰이고 있다.(IC225는 신형 Mark4 객차로 슬라이딩도어)

필자가 경험한 것은 구 IC125열차와 야간열차에서 였다. 재미있는 것은 일부 슬램도어의 경우 밖에서만 열 수 있다는 점이다(통일호는 양반이다). 그럼 내릴 때는 어떻게 하느냐? 문에 달린 창문을 내려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서 연다. 한번은 야간열차를 타고 역에 도착했는데 필자가 못 열고 낑낑대자 뒤에 있던 아저씨가 열어주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런 문을 쓰는 객차가 통일호처럼 낡고 오래된 서민용 차량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물론 점차 이런 방식이 사라져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최고시속 200km/h 열차를 승객이 창문 열고 문 연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언바란스 아닌가. 아무리 전통을 중시한다는 나라지만, 참 어떻게보면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Midland Mainline 소속의 IC125열차. Mark3형 객차로 손으로 여닫는 식의 슬램도어다.


IC125 객차출입문의 창문. BR(구 영국국철)마크가 선명하다.

200km/h의 고속 운행을 하는 열차임에도 창문을 내릴 수 있게 한 것은 출입문 때문이었다.

지금은 많이 개조가 되어있으나, 원래 승객이 내리기 위해서는 저 창문을 내려 손을 밖으로 내밀어 출입문을 열어야 했다.


열리는 창문 덕분에 이런 사진도 가능하다(위험하므로 주의해야).


Mark2나 Mark3형의 객차를 쓰고 있는 야간열차에서도 슬램도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차의 경우 슬램도어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사진은 Arriva WalesTrains에 한 편성 남은 121계 디젤동차.

1960년 산으로 슬램도어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동차 중 하나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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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시베리아 횡단열차 완승기'와 2부 '독일철도 탐방기'에 이어 3부 '영국철도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독일 쾰른에서 ICE를 타고 벨기에 브뤼셀로 간 뒤, 유로스타로 갈아타 런던으로 갔습니다. 이후 영국에서 약 3주간 체류하며(영국철도패스 15일) 대도시권 광역철도와 장거리 간선열차 등을 보고 왔습니다.

자세한 일정과 지도는 가기전 짜놓은 스케줄을 참고하면 될 것 같습니다(일정이 많이 변경되긴 했습니다만).

☞ 영국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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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3부 - 영국철도 탐방기 - 1 영국의 철도역

<영국의 철도역>

* 영국의 개집표 시스템

영국은 유럽대륙과는 달리 개집표가 보편화되어 있다. 우선 런던 지하철역에는 서울의 지하철과 같은 자동개집표기가 있다. 단 런던 DLR(도클랜드 경전철)의 경우 같은 런던교통국이 운영하고 있음에도 거의 예외적으로 개집표기가 없다.

철도역의 경우 지역에 따라 다르다. 대도시 지역, 특히 런던이나 버밍험, 리버풀, 에딘버러, 글래스고우 같이 광역철도망이 발달한 지역의 경우 지하철역과 같은 자동개집표기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역 안에서도 장거리 열차나 공항철도 승강장의 경우 개집표기가 없었다. 아마도 이런 열차들은 광역열차들에 비해 차내 검표 쪽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인 듯 하다. 한편 맨체스터나 뉴캐슬, 요크처럼 비교적 큰 도시임에도 자동개집표기가 아얘 없는 곳도 있었다. 이 경우 아얘 개집표를 안 하기도 하고, 혹은 직원이 직접 개집표를 하기도 했다. 중소 도시 역의 경우 대부분 자동개집표기가 없으나, 이런 곳들이 의외로 직원이 직접 개집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승강장만 달랑 한 두 개 있는 간이역의 경우 당연히 개집표를 하지 않는다. 개집표에 있어서는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개집표를 한다고 해서 차내 검표를 꼭 안 하는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개집표를 안 하면 차내 검표는 무조건 했다. 물론 지하철의 경우 거의 차내 검표가 없었다. 광역철도의 경우 반반 정도. 반면 간선철도나 지방철도의 경우 열차 내 검표는 거의 100% 한다고 보면 된다. 시발역에서 출발하면 차장이 차례로 돌며 검표를 하며, 중간역에서 새로 승객이 탔을 경우 곧 다가가서 검표를 요구한다(혹은 "이번 역에서 타신 분~" 하면서 돌아다닌다).


지하철 개집표기 (런던지하철 Canary Wharf역)


광역철도 개집표기 (글래스고우역)



* 승강장 찾기 - 독일과 영국의 비교

독일에서는 승강장 찾기가 매우 용이했다. 우선 DB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각표를 검색하면 플랫폼 번호까지 알 수 있다(이것을 이용 한국에서 미리 계획을 짜 갔다). 또한 역마다 그 역에 도착하거나 출발하는 열차들을 시간대 별로 적어놓은 게시판이 있어서, 각 열차가 가는 주요역과 행선, 열차가 서는 플랫폼 등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노란색 종이는 열차의 출발 시간 기준, 흰색 종이는 도착 시간 기준이다.

한편 매표기도 시각표와 승강장을 검색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터치스크린으로 된 이 매표기는 매표 기능 이외에도 여러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DB 사이트에서 하는 시각표 검색을 그대로 이 매표기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시종착역을 검색하면 열차 종류와 시각, 환승역, 플랫폼 번호가 나오며 이것을 무료로 인쇄까지 할 수 있었다. 독일 어느 역을 가나 이런 기계가 있어, 여정이 바뀔 경우에도 쉽게 열차를 골라탈 수 있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또 한번 감동했다.

반면 영국의 경우 이용 편의성에서 독일보다 다소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운영회사가 여러 개다 보니 회사마다 서비스가 제각각이고, 독일처럼 터치스크린으로 시각표를 검색하는 기계는 한 번도 못 보았다. 종이로 된 게시판은 있으나 독일과 달리 시간대 별로 열차가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행선지를 기준으로 열차 시각을 나열해놓았다. 물론 승강장 번호는 여기에 안 나와있다. 승강장을 찾기 위해서는 천정에 달리 모니터를 보고, 자신의 열차 시각을 봐서 승강장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아얘 열차 번호가 없기 때문에 열차 시각이나 운영회사로 편성을 구분한다.

각 열차의 출발 시각과 행선, 타는 곳(승강장 번호) 등을 알려주는 전광판(런던 Euston역)


요크역에도 역시 전광판이 있다.



승강장 번호 밑에 모니터가 있어서 열차의 출발 시간과 행선등을 알려준다.

작은 역의 경우 큰 전광판 없이 이러한 모니터만으로 승강장을 확인한다.

(리버풀 Lime Str.역)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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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독일철도 탐방기 - 6 도시철도(2부 끝)

<트램>

* 며칠전 뉴스에서 파리의 노면전차가 70여 년만에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파리 뿐만이 아니라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트램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써 노면전차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80년대 말부터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에서 보행자가 중심이 된 교통정책으로 바뀌면서, 노면전차는 편리성과 친환경성과 공공성을 인정받아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부산, 평양 등에 노면전차가 있었으나 남한지역의 경우 60년대 이후 자동차의 증가와 도시의 확장으로 모두 폐지되었다. 현재 전주나 울산 등 중형 규모의 도시에서 노면전차 방식의LRT 도입을 고려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독일의 경우 트램이 거의 우리나라 시내버스 있는 수준으로 왠만한 도시마다 있다. 진짜 지도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도시인데 트램이 다닌다.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는 트램 사진도 찍었으나 나중에는 너무 흔해 안 찍었다.


베를린의 트램


* 한편 퀼른이나 하노버, 슈트트가르트 등 인구 50만 내외의 독일의 중형급 도시에서는 트램이 지하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트램이 외곽에서는 노면으로 다니다가 혼잡한 시내 중심가에서는 지하로 들어가 지하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시내의 지하구간을 여러 계통(혹은 여러 노선)의 트램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시 외곽에서는 한가한 다이어가 유지되지만 도심에서는 여러 계통이 합쳐져 자연스럼게 밀도 있는 열차 운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건설비 측면에서도 이 점을 가지고 있다. 시내의 중요 구간만 지하로 건설하되 여러 노선을 운행시키므로 적은 걸설비로도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광주나 대전, 울산 같은 규모의 도시에서 배울 만하다. 가뜩이나 재정이 부담인 상황에 지하 노선을 여러 개 만들것이 아니라 이미 건설된 지하 구간을 이용해 다른 지상, 트램 노선을 연계하는 것이다. 꼭 한 구간에 한 노선이 다니라는 법은 없다.

지하구간으로 진입하는 트램(쾰른)



시내의 경우 트램이 이렇게 지하구간을 달린다. 졸지에 U반(지하철)이 되어버린다.

<베를린>

*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이자 인구 300만의 독일 제1의 도시이다. 베를린에도 서울의 지하철 2호선과 같은 순환선이 존재한다. 다만 서울처럼 지하철이 아니라 S반(광역전철)이며 전 구간이 지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계방향 순환이 S41, 반시계방향 순환이 S42호선으로 칭해진다는 점이다. '내선, 외선'이라는 어려운 표현에 그나마도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는 서울지하철에서도 배울만하다. S42를 타고 한 바퀴를 순환해보았는데 딱 1시간이 걸렸다.

한편 베를린에는 서울이나 도쿄의 '중앙선'과 비슷한 S반 노선도 있다. S5, S7, S9 등이 다니는 노선인데, 도심 중앙을 동서로 관통하며, 역시 전구간 지상이라 도심의 주요 명소를 차창 밖으로 볼 수 있다. 선로는 복복선으로 북쪽의 두 선은 S반이, 남쪽의 두 선은 여타 간선열차들이 다닌다. S반의 경우 제3궤조 방식으로 전압을 공급받으며 전동차 옆부분에 집진장치가 있다. 때문에 간선열차가 다니는 복선에만 전차선이 놓여져있다.

Warschauer Str.역은 지도에 S반에서 U1호선으로 갈아탈는 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U반을 타려면 S반 역에서 아얘 길거리로 나와 강을 건너 U반 역으로 가야한다. 사실상 다른 역으로 가는 셈인데(물론 길안내는 잘 되어있다),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개집표가 있었다면 엄청나게 긴 지하도를 뚫거나, 아니면 아얘 환승역이 아니라고 표시했을텐데.


베를린 U1, 2호선에서 쓰이는 구형 전동차.

* S반의 경우 보통 제3궤조가 많으나 프랑크푸르트나 퀼른에서는 전차선식이었다. 특히 퀼른의 경우 기관차 견인도 보았다.



베를린의 S반.


궤도 옆 흰 파이프 선 같은 것이 전차선 역할을 하는 제3궤조.

대차 부분의 주황색 박스가 집진장치다.

S반은 대도시에서 통근용으로 쓰이는 철도로, 보통 전동차에 고상홈을 쓴다.

하지만 퀼른에서는 이처럼 기관차 견인 S반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도권광역전철을 기관차가 견인한다면 어떨까?^^

<베를린 중앙역>

보너스로 베를린 중앙역의 사진을 올려본다. 2006년 월드컵을 대비 야심차게 개장한 베를린의 중앙역으로 이번 여행에서 본 인상적인 역 중 하나였다.


남쪽 출입구 정면


남쪽 출입구로 유리창 너머 독일연방의회가 보인다.


남쪽 출입구에 들어서서 본 장면. 저 위로 열차가 지난다.


지하 승강장


역사내에는 각종 상점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 2부 독일철도 탐방기 끝)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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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2부 - 독일철도 탐방기 - 5 야간열차

<야간열차>

* 독일에서 정기적으로 운행되는 야간열차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 DB Nacht Zug : DBAG(독일철도주식회사)에서 운용하는 야간열차
- Euro Night : 독일 인근의 서유럽 국가들을 잇는 국제야간열차. IC-EC의 관계처럼 Night Zug의 국제버전으로 보면 된다.
- CNL(City Night Line) : 기존의 열차보다 고급화를 추구한 국제야간우등열차.
- D-Nacht : 주로 동구권을 행선으로 운행하는 기타 국제야간열차들. (필자가 모스크바에서 바르샤바까지 타고 온 열차도 민스크-바르샤바 구간이 일종의 D-Nacht 로 볼 수 있음)

필자는 독일철도 패스를 이용, 다음과 같이 야간열차를 네 번 이용해보았다.


* NZ1448 'Saturn', 10월 2일 00:29 베를린 중앙 → 06:57 퀼른 중앙,
16호차 26번(좌석). 예약비 4유로.

DB Nacht Zug로 Saturn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야간열차. 야간용 객차로 일반 IC 객차와는 달리 흰색과 빨간색이 반반인 도색이다. 프라하에서 출발하는 NZ378 'Kopernikus'가 베를린 Lichtenberg 역에서 병결되어 온다. 필자가 탄 객차의 경우 6인실 디파트먼트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리클라이닝이 안 되어(벽에 붙어 있으므로) 다소 불편했다. 대신 패스를 소지할 경우 운임은 무료이고 소액의 좌석 예약비만 내면 되므로 하루 숙박비를 벌 수 있다.



DB Nacht Zug #1448 'Saturn' (베를린 중앙역)


복도


디파트먼트 객실(6인실)


* EN482 'Hans Christian Andersen', 10월 2일 22:35 뷔어츠부르그 Wuerzburg → 3일 05:47 플렌스부르그 Flensburg,
199호차 91번(쿠셋). 예약비(침대요금) 19유로.

뮌헨에서 출발하여 독일 중앙을 종단하며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가는 국제야간열차이다. 필자의 경우 덴마크 국경 진입 전인 플렌스부르그에서 내리기로 했다. Euro Night은 NZ의 국제열차 버전이지만, 열차 자체는 전날 탄 NZ와 별 다를바가 없었다. 처음으로 타보는 쿠셋. 쿠셋은 침대차 서비스 중 꼭 필요한 것만 골라내면서 코스트는 다운시킨 '실속형 침대차'라고 보면 된다. 쿠셋과 4인용 침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6인이 한 방을 쓰고 한 쪽이 3층씩 되어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앉기도 힘들만큼 침대 간 높이 차가 작다. 그렇지만 누워서 자는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침대를 이용하기에는 좀 부담스럽지만 누워서 가고 싶다면(실제 여행 중에는 앉아서 자느냐, 누워서 자느냐가 다음 날 컨디션을 크게 좌우한다) 쿠셋을 강력 추천한다.


Euro Night #482 'Hans Christian Andersen'


* D60318, 10월 3일 22:40 뮌헨 → 4일 04:26 코블렌츠,
23호차 46번(좌석), 예약비 3유로.

시각표 상에는 D60318 이라고만 표시되어 있어 어떤 열차일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CNL318 'Pollux'호(뮌헨 - 암스테르담 간)의 앞 부분에 붙어있는 3량 짜리 객차였다. 책에는 "D(Durchgangszug) : Schnellzug라고도 불리는 일종의 국제야간열차" 라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느낌상 정식 야간열차라기보다는 덤으로 낑겨가는 간이 야간열차의 느낌이었다. 좌석은 컴파트먼트와 일부 오픈실이었고, 야간열차 전용이라 그런지 좌석마다 머리 대는 부분이 있었다.


Durchgangszug #60318

복도



오픈실. 머리를 한 쪽으로 기댈 수 있게 해주는 특이한시트 형태.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 CNL479 'Berliner', 10월 4일 21:22 베를린 동역 → 5일 07:06 프라이부르그 Freiburg,
38호차 32번(쿠셋), 예약비(침대요금) 19.50유로.

80년대 후반, 열차의 고속화와 항공 교통의 발달로 인해 침대열차는 급격한 퇴조를 맞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국제침대열차의 고급화와 합리화를 꾀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CNL의 시작이었다. CNL은 한 눈에 보아도 기존의 야간열차들과는 다른 외양을 가지고 있다. 검푸른 도색이 마치 블루 트레인을 연상시키며, 내부 시설도 NZ, EN 등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쿠셋 이용 등에 있어서는 별반 다른 점은 없으며 요금도 거의 비슷하다. 검표할 때 차장이 표를 거두어가면 오전에 내리는 시각에 맞추어 깨워주고 표를 돌려준다.

CNL #479 'Berliner'


CNL 로고


CNL 로고2


복도


쿠셋(6인침실) 내부. 이런 식으로 양쪽에 침대가 3개씩..


윗 침대와의 간격이 작아 침대에 앉기는 힘들다.담요에는 유럽연합 마크가..



이렇게 자전거나 큰 짐을 수납하기 위한 공간도 있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부터도독일이 괜히 철도선진국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철도의 경우열차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는 없게 되어있었다.

단 수도권전철의 경우 접이식에만 한 해 가지고 타는 것을 허용하였다.

자동차를 안 타고 이런 녹색교통을 이용해주는 이들에게 혜택은 주지 못할 망정, 막지는 말자는 생각에서 한국철도 민원게시판과 고객모니터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하자고(저렇게 넓은 공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건의를 한 적이 있다.

돌아온 답변은 혼잡 유발 때문에 안 되고 KTX 개통 이후에나 고려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KTX 개통이후 변한 것은 없다. 그냥 닥치고 타던가 그게 꼬우면 자가용 타란 소리다.

자동차 없이도 충분히 편리한 공공교통의 천국. 우린 언제 쯤에나 가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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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합니다! 독일에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야간열차에는 IC나 ICE의 등급으로 운행하는 열차도 있다고 합니다. 좌석차로 운행하며

프랑크푸르트 - 뮌헨 간 IC 1591 / 1590 편성(ICE-T열차 투입)
프랑크푸르트 - 쾰른 - 함부르크 간 IC 2020 / 2021 편성

프랑크프루트 - 쾰른 -베를린 간 ICE 1524 / 1525 편성

스위스 바젤 - 쾰른- 함부르크 간 ICE 808 / 809 편성

등이 있습니다. (정보 제공 - (투)팔당역에 KTX를!!!(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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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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