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철 신촌역이 대규모 민자역사로 바뀐다는 보도를 접했다. 기사에 따르면 2004년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고 했기에, 늦기전에 신촌역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싶었다. 지하철 신촌역이야 자주 이용하지만, 국철 신촌역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기 전에는 잘 안 가게된다. 신촌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더 그리워지는 국철 신촌역인가 보다. 경의선 부설 당시인 1906년에 신촌역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현재의 역사는 1920년 대에 지어진 역사 있는 건물이다. 경부선 상에 있던 역이라면 이미 오래전에 철거되고 큰 규모의 역 건물이 들어섰겠지만, 신촌역은 서울인구 20만 시절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규모 뿐만이 아니다. 번화가 '신촌'의 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이용하는 수요도 적고, 국철 신촌역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신촌역이 '꼬마역'으로 전락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1) 큰 길에서 벗어나 접근이 불편하다. 지하철 신촌역이 신촌 로터리에 위치해 있는 것과 달리, 신촌역은 큰 길에서 조금 들어간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

2) 전철 노선이 없어 접근이 불편하다. 국철 신촌역을 지나는 통근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다. 그나마 일산 쪽에서 접근하기는 쉽지만, 서울 도심이나 강남 쪽에서 오려면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는 수밖에 없다.때문에 신촌의 중심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이대입구역으로 이동하였다.

3) 남북 분단으로 경의선이 막혀버렸다(이것은 제일 근본적 이유라고 생각됨). 경의선은 경부선보다 2년 앞서 복선 철도가 개통될 정도로, 경부선 만큼 중요하고 수송량도 많은 간선철도였다. 그런데 분단이 되어,경의선은 문산까지의 연장 50km 짜리지선철도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경의선 연선의 개발이나 도시화가 늦어진 것은 당연하다. 수도권의 주요 도시들이 경부선이나 경인선을 따라 형성된 것과 달리 경의선 주변은 조용했던 것이다. 경의선 상에 있던 신촌역도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분단이 되었든 안 되어든 간에, 만일 경의선이 일찍이 복선전철화 되어 통근전동차가 운행했다면 신촌역은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신촌역이 나아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일단은 대규모 민자역사가 지어진다는 것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도근본적인 문제들이 남는다. 과연 그렇게 민자역사를 지어 상권을 정비한다해도, 지하철 신촌역과 같은 유동인구가 올 수 있을까? 앞서 세 가지로 분석해 본대로, 신촌역이 낙후된 것은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물론 민자역사를 짓고 연선을 재개발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신촌역 그 자체만이 아니라 경의선, 또는 신촌 전체라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신촌역을 바라보아야 한다. 여기서 본인은 본인의 미천한 생각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기본적으로는 신촌역의 접근성이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1)번 원인은 개선하기 힘들다. 이대 정문쪽의 아파트를 부수지 않는 이상, 신촌역 앞의 도로가 간선도로가 되기는 힘들다. 또한 3)번 원인은 철도에 대한 논의를 벗어난다. 그렇다면 2)번 원인을 개선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그런데 향후 운행될 경의선 통근전철은 가좌에서 용산선으로 빠진다. 결국 신촌역은 지금처럼 드문 여객 열차 운행이나 회송 열차의 통로 정도로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좌-서울역 간의 구간을 다른 전철 노선(예를 들면 경원선이나 신분당선) 등 과 연계하여 통근전철이 운행하도록 해야한다. 현재 지상 서울역까지만 운행하는 경의선 열차를 더 남쪽으로 연장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지하철 노선에서 환승하여 한번에 국철 신촌역까지 올 수 있다. 선로 용량이 부족하다면 복복선화도 고려하자. 몇몇 구간은 힘들겠지만, 무리해서라도 주변 토지를 매입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어차피향후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필요한 작업이다.

두 번째로 신촌역 주변의 개발 방향에 대한 생각이다. 일단 이 주변을 살펴보면 가까이에만 큰 대학교가 두 개이고, 조금만 더 나가면 몇 개가 더 있다. 신촌역 서쪽에는 창천동 '걷고 싶은 거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동쪽은 의류, 악세사리, 미용실 등으로 유명한 이대 앞이다. 따라서 신촌역도 그러한 문화 지역의 한 연장선 상에서 생각되어야 한다. 신촌역을 중심으로주변을 도보 중심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신촌역 앞도로의 차선을 축소하여 보도를 넓히고, 역전광장의 주차장을 휴식의 공간으로 만든다. 민자역사를 건축하는 대신 기존의 역사도 보존한다. 현재의 신촌 역사는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보존되어야 하지만, 이대 앞의 조그맣고 독특한 상점들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짓는 것은 곤란하다. 선로 위에는 민자역사를 건설하되, 기존의 역사는 조금 손질하여 민자역사의 입구 정도로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이렇게 하여 신촌로터리-창천동-국철 신촌역-이대 앞으로 이어지는 도보 중심의 문화 지구를 만든다. 국철 신촌역은 그 동안 단절되었던 신촌과 이대 앞 도보 중심 거리의 이음매가 되는 것이다.도쿄의 하라주쿠 거리는 이대 앞과 분위기가비슷하다. 그런데 이렇게 번화한 하라주쿠의 하라주쿠 역은 오래된 목조 건물을 개조하여 놓았는데, 보기가 좋았다. 신촌역도 기존의 신촌 역사를보존하면서 같이 개발한다면 신촌 지구의 문화적 색채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2월, 신촌역. 역전 광장에서.
이 주차장을 지하로 보내고, 이 광장은 보도블럭을 깔아 휴식의 공간으로 꾸미자.


작년 가을만해도 구식역명판이었는데, 어느새새 철도청 CI 간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기존 역사 뒤의 선로 상에 민자역사를 짓고, 이 건물은 조금만 손질하여 민자역사의 입구로 쓰자.


멀리서 바라본 신촌역과 광장 일대

posted by Gosanza S. Zi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