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철도동호회 철도게시판 30418번글, 2006.05.01)

KTX(Korea Train eXpress)라는 명칭자체가 에러였다고 생각합니다. 왜 최고의 열차에 Korea라는 국가명을 넣었는지, 그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한국 내의 것으로만 한정짓는 것인데 말입니다.

신칸센(新幹線)이나 TGV(Train a Grande Vitesse), ICE(Inter City Express) 모두 고속열차라는 의미만 있지, Japan이나 France라는 명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일본고속열차, 프랑스최고열차가 아닌, 그 자체로 세계최고의 열차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는 마치 인터넷의 터줏대감인 미국의 기업이 .co.us를 쓰지 않고 .com을 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얘네는 그 명칭자체가 고속열차를 나타내는 일반명사화 되어 '한국의 신칸센 KTX 개통하다', '한국의 TGV' 식으로 사용하지요. 반면 우리는 '중국 고속철도 계획'이라는 표현을 쓰지 '중국 KTX 계획'이라고 표현하지 않지요.

지금 나오고 있는 미리내라던가,일전에 추진되었다 폐기되었던 K-Star나 태극 같은 명칭들.. 저는 그런 거창한 것보다, 그냥 그 의미 자체를 나타내주는 '고속철도(Gosok Cheolto, 高速鐵道)'가 가장 적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속'이 한자어라지만 우리 고유의 발음인 이상, KTX처럼 굳이 촌스럽게 Korea라는 말을 안넣더라도 신칸센처럼 딱 들으면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명칭으로 알릴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미 KTX가 너무나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고, 브랜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와서 이렇게 논쟁을 벌이는 것은 큰 의미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 신칸센처럼 신칸센 내에 노선이나 등급별로 별도의 명칭을 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부선 KTX는 ○○호, 호남선KTX는 □□호 처럼요.

하지만 그게 아닌 KTX와는 전혀 별개의 명칭을 부여한다는 것, 특히 새로 개발된 한국형고속열차에 별개의 명칭을 붙인다는것은 반대입니다. 그냥 KTX2가 가장 났다고 봅니다. KTX라는 명칭 하나에 온 힘을 쏟아부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힘든데, 별개의 명칭을 붙이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하고 인지도를 떨어뜨립니다. 단지 국내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이미 KTX라는 명칭이 한국의 고속철도로 알려져있는 이상 섣부른 변경을 안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순우리말'만 집착한다는 것은 허구적인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외래어란것도 한국인이 쓰고 있는 이상 그 자체가 외국어와 다른 한국어인데, 그리고 순우리말이라는 것도 어원을 거슬러올라가면 어딘가 외래의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있을텐데.. 순우리말만 따지는게 옳은것인지, 그렇게 하면 과연 한국어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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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입니다 (2006.09.12)

요즘 한창 국내축구리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K리그. 1983년 출범 당시 '슈퍼리그'란 괜찮은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93년인가 일본 J리그가 생기고 나서 그것을 그대로 카피해 K리그로 명칭이 바뀌었지요. 일본을 따라했다는 것을 떠나서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최고의 리그를 추구한다면 그냥 그 의미로 지어야지, 왜 굳이 K를 집어넣어 한국내로 한정을 시키느냐 이겁니다.

참고로 영국의 경우 1부 리그가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1부리그의 경우 세리에A 입니다. E리그, I리그가 아니지요. 다만 EPL(England Premiere League)과 같이 하여 나라를 표기합니다. 중국의 경우도 일본을 따라 C리그라고 했다가 승격-강등제가 생기고 나서 1부리그를 슈퍼리그라고 하고, CSL(China Super League) 있습니다. 슈퍼리그 명칭은 우리가 먼저 썼는데 아쉽습니다.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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