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철도동호회 전문③게시판 14263글, 2006.08.30)
비수도권 지역의 광역철도망 구축에 대해 제 생각도 올려봅니다. 아래 구민 님께서 올리신 글(14243) 중에 대전, 대구 구간의 3복선화가 물 건너갔다고 안타까워하신 글도 보았는데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광역전철이란게 꼭 대량 편성에 10분대의 시격, 그에 따른 복선선로와 대규모 역사를 갖추어야만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역철도 자체를 너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자, 3량 편성에 시간당 1편성만 운행되어도 광역철도는 가능하다입니다. 불과 30여 년 전 수도권전철이 처음 개통될 당시, 4량짜리 전동차가 구로-수원 간을 40분마다 다녔다는 점을 생각해봅시다. 이때 구로-수원간은 복선이었고, 간선열차와 선로를 공유했었습니다. 지금의 인프라로도 지방 대도시의 광역철도 운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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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많은 분들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광역철도’의 모델은 수도권광역전철 망이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도권광역전철의 특징이 무엇인가요.
수도권광역전철의 운행시격을 살펴봅시다. 평일 평시(대략 14시 전후) 기준으로 시간당 열차 운행횟수를 보면 경원선 6~7회, 일산선 6~7회, 과천선 6회, 분당선 7~8회 정도로, 거의 8~10분에 한대씩 열차가 온다고 보면 되지요. 한편 1호선 계열 중 경인선과 경부선이 합쳐지는 청량리~구로 구간의 경우, 이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열차가 운행하고 있습니다. 구로 이남의 분기로 시간 당 열차횟수가 줄기는 하지만, 복복선 설비를 갖춘 경인선의 경우 급행열차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시간당 10회, 즉 6분 시격 이상의 촘촘한 다이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병점 이남 구간이나 중앙선(용산-덕소) 구간의 경우 평시 기준 시간당 3회, 약 20분 시격으로 열차가 운행되고 있어, 앞서 구간들에 비해 열차가 드물게 운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분 시격이란 것 역시, 그렇게 드물게 열차가 운행하고 있다고 보아야할까요?
인구가 조밀하게 모여 있는 도심 구간을 운행하는, 그래서 대규모 여객수송이 필요한 지하철의 경우, 20분 시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10분 시격 역시 여객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버거운 간격이겠지요. 하지만 광역철도의 경우, 본래 목적인 도심과 교외 간의 통근 수송을 고려해 볼 때, 이 시격이 그리 길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분당선만 제외하면 모두 10량 운행. 이렇게 ‘지하철 수준’으로 운행되고 있는 수도권전철만 본다면, 인천이나 수원, 과천, 일산 등은 서울의 근교라기보다는 서울 시가지의 연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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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살펴본 수도권광역전철만 본다면, 비수도권 특히 대전이나 대구, 광주 등에 고려될 광역철도 역시 ‘적어도 10분 정도의 시격은 필요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광역전철만을 위한 복선 선로 확충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 역시 들것입니다.
잠깐 눈을 돌려봅시다. 다이어가 조밀한 수도권전철, 그리고 수도권전철이 많은 영향을 받은 일본의 철도에 비해, 유럽철도의 경우 다이어그램이 상당히 여유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대도시 군집 지역인 라인-루르(Rhein-Ruhr) 지역의 R-bahn과 S-bahn에 대해 조사했을 때 두 가지에 대해 놀랐었습니다. 거미줄처럼 놓여진 광역철도망에 처음 놀랐고, 그러한 노선 상에 대개 1시간, 또는 30분 시격으로 밖에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습니다. 물론 유럽의 경우에도 교외에서 시간당 한 두 편성 운행되던 노선들이 도심으로 올수록 합쳐져 자연스럽게 고밀도의 운행간격이 갖추어 집니다. 즉 도심에서 교외로 빠져나갈수록 철도가 ‘문어발식’으로 혹은 나뭇가지 뻗어나가는 듯한 모양이지요.
이 점을 볼 때 우리가 광역철도 자체를 너무 거창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광역철도라고 꼭 10량 운행, 10분 이하의 시격을 갖추어야 된다는 법은 없지요. 더 나아가 광역철도가 꼭 전철이어야 한다는 법 또한 없겠지요. 실제로 런던 광역철도의 경우 많은 노선이 디젤동차입니다. 물론 인구분포와 시가지형태로 볼 때 유럽의 사례를 수도권에 그대로 적용하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비수도권의 경우 굳이 큰 비용이 드는 수도권 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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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2010년 KTX경부선 2차 개통 이후를 노려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돌 맞겠지만, 경부선의 경우 기존의 새마을호나 무궁화호의 운행을 더 줄이고 그 여유분을 광역철도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장거리 여객의 경우 KTX에 모두 일임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선로 용량은 구간열차(광역열차)로 돌려 장거리열차로의 접근성을 높일 일종의 셔틀 개념으로 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기존의 장거리 일반열차 이용자들을 위한 보상과 KTX로의 유인책은 당연 필요하다고 보며, 한국철도의 입장에서도 광역열차 운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제가 전에 썼던 '재래선 간선열차 ITX(Intercity Train eXpress)를 중심으로 한 열차 등급 개편에 대한 제안'이란 글로 대체하겠습니다.
☞ http://benchsta.cafe24.com/benchsta/itxfull/itxfull.htm
앞서 말한 유럽의 ‘문어발식’ 광역철도망을 대구에 적용시켜보도록 하지요. 일단 KTX 선로는 KTX 전용으로, 즉 장거리 수요를 전담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복선 선로가 남는데요.
김천-대구-밀양: 시간당 2회(30분 시격)
(가칭)서대구-경주-울산: 시간당 1회
(가칭)서대구-경주-포항: 시간당 1회
(가칭)서대구-안동: 시간당 1회
로 광역철도를 운행시킵니다. 이렇게 할 경우 대구 도심 구간의 광역철도 운행시격은 자연스럽게 시간당 5회(12분 시격)가 됩니다. 물론 새마을이나 무궁화호 같은 재래선 우등열차도 한 편성 정도 집어넣을 여유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식으로 광역전철을 구성할 경우 서울-천안, 천안-김천, 김천-밀양, 밀양-부산 식으로 갈아타면서 광역전철(일본에 비유하자면 보통열차)만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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