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4 시베리아 횡단열차 上 개관

<2006년 9월 22일(금) - 28일(목), 시베리아 횡단열차上 개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Tran-Siberian Railway)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전 구간이 복선전철화되어 있다. 때문에 장거리 고급 열차에서부터 지역 내를 이어주는 통근형 열차까지는 하루에도 수십 편성의 열차가 오간다. 필자의 경우 러시아 관광보다는 육로로 유럽을 간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중간에 내리지 않고 모스크바까지 직통으로 가기로 했다. 9월 22일 오후 8시 경, 모스크바 행 N001 로시야(Rossiya)호 열차에 올랐다. 시베리아 철도에 관한 간단한 안내와 이용하면서 느낀 점, 유용한 정보 등을 소개해본다.

N001로시야호, 2006년 9월 22일 13:15 블라디보스토크 → 9월 28일 17:42 모스크바, 09호차 K(쿠페-4인실), 16번 침대. 9341.6루블(약 374,000원)

**여기서 열차시각은 모스크바 시각이 기준이기 때문에 13:15 출발이지만 실제로는 20:15분 출발이 된다.


1) N001 로시야(Rossiya)호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직통하는 열차는 하루에 1, 2편성 정도 있다. 그 중 로시야호는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고급의 열차이다. 로시야호는 이틀에 한번씩 운행되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는 001, 반대로 모스크바를 떠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열차는 002의 번호를 부여받는다. 열번으로 1번을 부여받은 것은 물론 '로시야(러시아)'라는 자국의 이름까지 걸고 운행한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예전에 우리의 '새마을호'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가장 빠른 열차라지만 KTX 같은 고속열차는 물론 아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총 6일 4시간 반, 즉148시간 31분이 걸린다. 총 연장이 9289km이니 표정속도를 계산해보면 62.55km/h이다. 타 본 결과 같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라도 구간에 따라 선로 사정이 크게 달랐다. 100km/h 내외까지 속도를 내는 구간이 있는 반면, 속도도 안 나고 승차감도 엉망인 나무 침목 구간도 상당했다. 한편 러시아 철도는 1520mm짜리 광궤를 사용하고 있어서(우리나라는 1435mm 표준궤) 객차도 상당히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럼 직접 살펴본 N001 로시야호의 열차 편성 소개해본다.



[10호차][9호차][식당차][8호차][7호차]...[2호차][1호차][0호차][?][?][?]◀기관차▶

?표는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열차인데, 수화물차나나 발전차, 식당차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상당히 긴 편성이다. 한편 반대편에서 오는 N002호를 교행할 때 보았는데 거기에는 18호차까지 있었다. 편성은 그 때마다 다른 듯 하다.

기관차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탈 때는 EP1 형 기관차였으나 모스크바에서 내릴 때 보니 CHS7 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 중간에 더 교체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기관차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끄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철도국 소속의 기관차로 계속 교체되는 듯 하다. 참고로 http://www.railfaneurope.net/ 에서 두 기관차의 제원을 살펴보았다.

- EP1 형
출시년도: 1999년
대차: Bo'Bo'Bo' 형태
출력: 4400kW
최고속력: 140km/h
전압: 교류 25000V 50Hz


- CHS7 형
출시년도: 1983년
대차: Bo'Bo'x2 형태 (중련 편성)
출력: 6160kW
최고속력: 180km/h
전압: 직류 3000V


덧붙여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찍은 로시야호 기관차 연결 장면 동영상을 올려본다.

2) 거리 개념과 시차

* 선로에는 1km마다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거리를 표시해놓은 표식이 있다. 무지 지루하기 때문에 이것을 보며 빨리 숫자가 내려가길 빌게 된다. 8천, 7천 6천... 자고나면 5천에서 4천이 되어있고 오후가 되면 다시 3천으로 줄어든다. 마지막 날은 아침에 일어났더니 남은 거리가 715km 였다. 1000km를 지나 세자리 수 대로 접어들자 그제서야 거리 개념이 좀 잡힌다. 재미있는게 700km면 서울-부산보다 훨씬 더 긴 거리임에도 다왔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정거장도 세 정거장 밖에 안 남았다. 우리로 치면 부산에서 출발해 이제 수원-영등포-서울 정도 밖에 안 남은 셈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내릴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었다. 필자의 경우 모스크바 도착 3시간 전부터 내릴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 러시아가 무지하게 큰 나라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지역별로 시차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끝에서 끝, 예를 들어 서쪽 모스크바에서 극동 캄차카반도까지는 9시간의 시차가 난다. 블라디보스토크만 해도 모스크바와 7시간의 시차가 난다. 한쪽에서 해가 질 무렵에 한쪽은 아침인 것이다.

러시아의 장거리 열차에서는 모스크바 시각을 표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표시된 열차 시간과 실제 열차 발착시간이 다르다(물론 지역 내에서만 움직이는 단거리 통근열차의 경우 현지 시각을 기준으로 함). 예를 들어 필자가 탄 로시야호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를 오후 1시 15분에 출발한다고 표에 써있지만 실제 현지 시간으로는 저녁 8시 15분에 출발했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손목시계를 모스크바 표준시로 바꾸어 놓았는데, 그 때문인지 시간 감각이 더더욱 이상해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갈 수록 시차가 늦어진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점점 아침이 늦어진다. 분명 어제 시각으로는 아침 8시가 넘었는데 컴컴한 새벽이다. 하지만 이렇게 점진적으로 시차가 변하기 때문에, 비행기로 유럽에 갈 때에 비해서 시차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모스크바 기준 km를 나타내는 이정표



이것은 200m 단위로 있는 표식

3) 기타

* 모스크바에 다가갈수록 정차역 수가 줄어든다. 처음에는 두어 시간마다 한 역씩, 하루에 10개 이상의 역에 정차하나,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면 하루에 네개 정도 밖에 정차하지 않는다. 아마 모스크바에 갈수록 운행하는 열차 편수가 늘면서 N001 로시야호는 급행의 역할만 해주면 되기 때문일 것이다. 1, 2분 정도 정차하는 역에서부터 5분, 10분, 그리고 큰 역의 경우 30분 가까이 정차하는 역도 있다. 길게 정차하는 역의 경우 승객들이 나와 담배를 피거나 시장을 둘러보며, 승무원들도 같이 나와 담소를 나눈다.


*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는 기관차 견인 객차 편성만큼 동차도 많이 보인다. 러시아, TSR하면 왠지 장거리를 담당하는 육중한 기관차 견인 편성만 연상되지만, 동차의 경우에도 상당한 통근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 주변의 경우 승강장과 역명판만 덩그러니 있는 간이역이 많이 발견된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기관차 견인 무궁화호 아니면 새마을호PP처럼 간선열차만이 운행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 우리의 경우 선로로 다니는 것을 굉장히 타부시 하고 특히 역 같은 곳의 경우 지하도나 육교로 다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러시아의 경우 그냥 선로로도 막 걸어다닌다. 개집표가 없어 역 구내 통행 자체가 자유로우니, 선로 통행도 별로 제재가 없는 듯 하다. 주인없는 개들도 역에 막 돌아다니고. 자기 안전은 자기가 책임지라인가? 국토가 큰 나라들의 특징인 것 같다.


* 구 공산권 국가 고상홈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예전에 북한에 관한 사진을 봤을 때 얼핏 고상홈 같아보여 신기했었는데, 답은 고상홈과 저상홈 혼용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경우 고상홈이었으나(일부 승강장은 저상홈)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내내 고상홈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모스크바에 가까워 오면서, 주로 대도시 역을 중심으로 고상홈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 객차를 고상홈과 저상홈에 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예전에 통일호 객차에서 쓰던 것과 같은 발판이 비밀이다. 저상홈 역의 경우 차장이 발판을 열어 손잡이 부분을 수건으로 닦으며, 승객들은 이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내려온다. 반면 고상홈의 경우 발판을 그대로 나둬 승강장과 비슷한 높이를 맞춘다. 물론 지하철처럼 붙어있는 정도는 아니고 열차와의 틈이 상당히 넓고 높이차도 많이 난다.

저상홈의 경우. 발판이 젖혀져 있고손잡이 부분이 드러나 있다.


고상홈의 경우.


발판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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