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약 6주에 걸쳐 혼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유럽까지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요. 먼저 속초에서 페리를 타고 자루비노 항으로 입국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타고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 바르샤바로 간 뒤, 열차를 바꿔타고 독일 베를린까지 갔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략 10일 가량 소요되었고요.

독일에서는 10일 정도 체류하였습니다. 5일짜리 독일철도 셀렉트 패스를 이용하여 ICE와 RE 같은 철도를 타보았습니다. 또한 주요 대도시의 철도망을 살펴보고, 뉘른버그의 DB(독일철도)박물관을 관람하였습니다.

그 다음 유로스타를 타고 영국으로 가서 다시 3주 가량을 체류하였습니다. 런던의 지하철과 광역철도 망을 살펴보고, 15일짜리 영국철도 연속패스를 이용하여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의 브리튼 섬 전역을 둘러보았습니다. 올때는 런던 가트윅 공항에서 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두바이에서 환승을 하여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은 여행 가기 전에 세웠던 계획표인데, 계획과는 여정의 상당 부분이 달라졌지만 참고가 될 듯 합니다.

"2006' 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 기행"
☞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 2부 독일 철도
☞ 3부 영국 철도
☞ 여행경비 예상(엑셀파일)


제대로 된 기행문을 써보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할 것 같지는 않고요. 그냥 혹시나 비슷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분들께 유용할 것 같은 정보를 중심으로 소개해봅니다. 정보를 얻기가 힘든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모스크바→바르샤바 열차 등은 기행문도 곁들여 자세히 써보고자 합니다. 하지만 독일이나 영국 철도 같은 경우 느낀 점 생각한 점을 위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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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1 속초에서 자루비노로

<출발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원래 18일 출항예정이었으나 당시 한반도를 거쳐 동해로 나간 태풍 '산산' 때문에 출항이 24시간 연기되다. 물론 결항 하루 전 항운사 측에서 연락이 왔고, 덕분에 여행준비를 위한 시간을 하루 더 벌 수 있었다. 그냥 이 결항이 이번 여행의 액땜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예전부터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있었으나 본격적인 여행 구상 단계로 접어든 것은 약 2년 전부터 였다. 원래 일본철도여행을 할 생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으나, 일본은 가깝고 시간이 덜 걸리니 언제든 할 수 있을터. 기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것이야말로 대학 시절이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해 생각을 바꾸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는 김에 아얘 독일을 거쳐 영국까지로 가기로 하고, 평소 관심있던 독일과 영국철도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열차 시각표와 철도회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출항 3개월 전인 올해 6월부터 구체적인 스케줄 작성에 돌입하였다. 이른바, 육상과 해상 교통만을 이용해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 끝까지 가기..!!

한편 러시아어를 전혀 못하나 글자만은 외워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게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특히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이외에 간단한 인사말 정도. 일단 러시아를 통과해 독일만 입성하면 절반은 성공일텐데. 간혹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불안한 뉴스와 경찰이 외국인들 봉으로 삼고 삥을 뜯는 다?는 사실 등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럼에도 내가 대륙 횡단이라는 매혹적인 유혹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던 이유는.. 20세기 초, 항공교통이 발달하기 이전, 시베리아 철도는 유럽으로 통하는 문이었다(비록 그것이 식민지 치하의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을지 몰라도).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길은 막혀버렸다. 물론 북한과 소련, 중공이라는 폐쇄적인 체제를 가진 국가가 길을 막아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필요성의 감소도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항공 교통의 발달로 육로를 통한 이동은 그리 절실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20세기 초반 사람들이 이용하던 길을 이용해 유럽으로 가보고 싶었다. 열차로 만주 벌판과 시베리아 타이가 수림 지대를 지난다는 것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2006년 9월 19일(화), 속초 출항>


속초 버스터미널



속초항 국제 여객터미널

동서울 버스터미널을 출발한지 3시간 정도 걸려, 정오 쯤 속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나와 우측으로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바다와 항구가 보이고 이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가면 여객터미널이 나온다. 겉보기에는 한적해 보이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나라 단체관광객들은 물론 중국인, 러시아인도 많다. 확실히 공항과는 다른 느낌이다.

창구에서 티켓팅을 하면 러시아 입출국카드를 준다. 어떻게 물어물어 썼다. 터미널 내에 구내식당이 있어 5000원 짜리 백반으로 점심을 떼웠다. 수속시간이 다가오자 길게 줄이 늘어선다. 줄을 서서 짐 검사와 출국 수속을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동춘페리의 거대한 자태가 보이고 짐을 실은 트럭과 지게차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승객들도 차가 들어가는 뱃머리 쪽으로 해서 들어간다. 계단을 올라가 식당 입구와 편의점을 지나 객실로 갔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내 자리는 침상이 아니라 2층 침대상단이었다.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은 4시가 다 되어서야 출항했다. 멀어지는 속초항. 태풍의 잔향이 남아서 그런지 배가 은근히 흔들린다. 갑판으로 나가니 속초항이 멀어지고 있다. 날씨는 좋으나 파도가 꽤 높았다. 얼마 안 있어 해가 졌는데, 멋있었다. 그러나 이내 무료해졌다. 저녁을 먹고 다시 갑판에 나오니 별이 쏟아질듯 하늘에 가득하다. 하지만 9월 치고는 너무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검푸른 파도를 보고있자니 왠지 맘이 심난해진다. 저멀리 한반도가 있겠지. 나의 짐, 나의 가족도. 다시 걱정이 된다. 혼자서 무슨 짓을 한건지.괜히 온건 아닌지.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객실에 들어오니 열아홉 순정을 하고 있다. 한국 국적의 배라 TV방송과 공식언어는 모두 한국어. 직원들도 대부분 한국인. 아직 출국했다는 기분이 안든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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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춘페리 이용에 관한 팁

-객실은 2등석을 이용했는데, 침상형으로 되어있는 곳도 있고, 칸막이가 된 2층 침대로 된 곳도 있다. 모두 지정석. 침상처럼 된 곳은 단체로 온 일행들이 화투를 치고 있거나 TV를 보는 등 조금 소란스럽고 안방같은 분위기다. 개인 여행자의 경우 침대가 더 편할 듯. 밤이 되면 취침을 위해 불을 끈다. 일찍 잠들어 몇시에 껐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11시 이후에 끈다. 그리고 오전 6시쯤 불이 켜진다.

-갑판은 3층 구조인데 별다른 시설은 없다. 그냥 객실 안에 있기가 답답한 승객들이 많이 나와 난간에 기대어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거나, 일행들과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떤다. 해질녘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자루비노 도착할 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식당에서 저녁과 아침을 먹을 수 있으나 30분 정도 팔고 끝나므로 방송이 나오면 꼭 놓치지 말고 식당으로 가야한다. 저녁은 5시반 경에, 아침은 7시 경에 판다. 카운터에서 식권을 사며, 저녁은 5000원, 아침은 4000원이다. 자기가 먹을 만큼 식판에 퍼서 먹는 식이며 그럭저럭 먹을 만 한다. 식당 입구 바로 앞에는 편의점이 있다. 패미리마트 동춘페리점;; 그러나 편의점 역시 운영시간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된다.

-배에 타기 전 여권과 비자, 초청창을 복사해가야 한다. 필자의 경우 동춘호에 내는 것과 입국 수속시 내는 것을 합쳐 여권 1, 비자2, 초청장1장의 사본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분을 고려해 각각 3장 정도 복사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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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페리에 타기 전



선실 내부(침상형)




선실 내부(침대형)




선실 식당




갑판에서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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