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1부 -시베리아 횡단철도 완승기 -6 모스크바 지하철

<2006년 9월 28일(목) - 29일(금), 모스크바>

* 사실 모스크바에서는 2박 3일을 체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풍으로 속초에서의 출항이 하루 늦어진 탓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도 이틀이 늦어져 버렸고, 결국 모스크바에서의 2일이 날아가고 1박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28일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모스크바에 도착해 고질라 호스텔(http://www.godzillashostel.com/)에서 하루를 묵었다. 사설 호스텔로 도미토리 식(한 방에 여러 개의 침대가 있어 여러 명이 같이 사용)의 숙소며, 공동 샤워실과 화장실, 취사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사실 고질라 호스텔은 여행 전 이메일을 통해 모스크바-바르샤바 간 기차 티켓의 구매 대행을 해주었던 곳이며, 덕분에 필자는 벨라루스 통과 비자를 얻을 수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http://blog.paran.com/station215/12215333).

가는 방법은 9호선(회색선)의 츄벳노이 불바 역에서 내려서 나오면 좌측에 피자헛이 있고 그 골목으로 들어간다. 가다보면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올라가면 건물 좌측 오솔길 같은 곳을 지나면 다시 작은 찻길이 나온다. 여기서 좌측으로 조금만 가면 1층에 Angelicos란 이름의 식당이 있는 살구색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 우측으로 돌아가면 출입문이 있고 벨을 누르면 된다. 무사히 숙소를 찾아가 이름을 말하고 예매했던 기차표를 받을 수 있었다.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침대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짐을 풀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샤워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온 일주일 동안 샤워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머리는 몇번 감았다). 시설은 비교적 깨끗하나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 층에 하나 밖에 없어 아침에는 좀 밀릴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불편했던 것은 9월 말 임에도 방에 모기가 많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던 점이다.


모스크바에서 묵었던 숙소(살구색 건물)



* 바르샤바 행 기차를 타기 전 거리 구경도 하고 아침도 먹을 겸, 지하철을 타고 Shekhovskaya역으로 갔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어디론가 향하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위대한 신세계', 꼭 그런 분위기였다. 역은 사진으로만 보던 공산권 국가의 전형적인 지하철역, 즉 깊은 심도에 위치하고 천정이 높으며 화려한 장식이 되어있는 모습이었으나, 대부분의 역(그래봤자 몇 개 못 봤지만)이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한 서울과 달리 내릴 사람과 탈 사람이 다니는 통로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것도 신기했다. 표는 1회권이 15루블이며 2회권이나 10회권도 있다. 개표기에 표를 집어넣으면 다시 표가 나오는데, 뽑아주고 들어가면 된다. 반면 집표는 하지 않으며 그냥 나오면 된다.

다른 나라의 지하철을 많이 타 본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모스크바 지하철은 난이도 AA+를 주고 싶다. 일단 영문 표기 없이 러시아 문자로만 역이 표기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은 깔아준다. 게다가 표지판에 노선 색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탈 경우 초록색 노선 색상만 따라 가면 되지만, 여기는 노선도 외에는 노선 색깔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거의 못 봤다. 즉 지명을 가지고 환승을 해야하는데.. 외워간 글자 몇 개 가지고 감으로 갈아탔는데, 과연 이것이 맞는 방향일까, 거의 로또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 비하면 서울의 지하철/전철 안내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번호나 색을 통한 노선 구분과 안내가 잘 되어 있어, 열차 이용이나 환승을 쉽게 해준다. 반면 개선할 점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노선 자체의 구분까지는 좋으나, 그 노선에서 어느 방향의 열차를 타야할 지에 대한 안내는 보다 신경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서울의 지리가 낯선 타 지역민이나 외국인이 파란 노선색을 따라 4호선 승강장에 왔다고 치자. 이들은 북쪽으로 가는 당고개 행을 타야할지, 남쪽으로 가는 오이도 행을 타야할지,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사람들에게야 '당고개 행, 오이도 행' 같은 행선이 익숙할지 몰라도, 처음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지명의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운행 계통이 다양한 1호선이나 순환선인 2호선의 경우 단순히 지명만을 표기한다면 방향 찾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행선에 1a, 1b.. 하는 식으로 알파벳을 부여하면 어떨까. 이에 대해 http://blog.paran.com/station215/14752637 에 자세하게 쓴 글이 있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옛 공산권 국가 지하철의 특징 - 심도가 깊다.마치 서울 이대역에 온 기분.


섬식 승강장. 화려한 벽화들.



전동차


전동차 내부

모스크바 지하철은 개표만 있고 집표는 없다. 집표기처럼 보이지만, 나갈 때는 그냥 나간다.



역에 붙어 있는 안내판이라고는 고작 저런 식. 영어도 없고 노선색깔 따위는 더더욱 없다.

그야말로난이도 AA+ 지하철.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