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번 여행의 2부 '독일철도 탐방기'를 올려봅니다. 독일에서는 5일 짜리 독일철도 셀렉트 패스(유스)를 이용하여, 약 10일 동안 간선철도와 각 대도시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살펴보았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가기 전에 짜놓은 스케줄을 참고해주세요. (다만일정이 바뀐 부분이 많습니다)

☞ 독일 일정

덧붙여 블로그에 독일철도에 관해 쓴 글이 있는데 참조가 되었으면 합니다.

http://blog.paran.com/station215/612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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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2부 - 독일철도 탐방기 - 1 독일철도와 개집표


<독일 철도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

독일 철도는 일본 철도와 더불어 양적, 질적으로 세계 최고의 철도 시스템으로 꼽고 싶다. 기본적으로는 둘 다 이용하기 편리한 훌륭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두 철도 사이에는 미묘한 색깔차가 있다. 일본 철도가 다양한 모델과 기능을 갖춘 소니 워크맨이라면, 독일 철도는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인 측면을중시한 아이팟에 비유하고 싶다.

철도 차량의 예를 들어보겠다. 일본 철도에는 다양한 모양의 수 십가지 형식의 열차가 지역마다 다른 도색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독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차 형식도 적고 그나마도 대부분 엇비슷해 보인다. 도색의 경우에도 S반과 지역열차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붉은 도색, 반대로 ICE와 IC의 경우 하나 같이 흰바탕에 빨간 줄이 들어간 도색이다.사실 독일 철도를 둘러보면서 한국이나 일본의 철도와 같이 아기자기하고 구수한 맛은 느끼기 힘들었다.그러나 독일 철도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었다. 독일 철도는 이용자의 입장에서,화려하지는 않지만 정말 군더더기 없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독일 어딜가나 DB 소속 지역열차의 경우 열이면 열 다 이런 도색.

반면 ICE나 IC같은 간선열차의 경우 백이면 백 흰도색에 빨간줄.

<개집표>

* 함부르크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AKN이라는 이 지역 사철을 타보기 위해 S반을 타고 Eidelstedt역까지 갔다. 사철로의 환승역이라해서 내리자마자 AKN 타는 곳으로 뛰어내려가려고 했다. 환승역이라면 당연히 계단을 이용하는게 머릿 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승강장 출구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안내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AKN은 필자가 S반에서 내린 바로 그 홈, 똑같은 선로로 들어온다고 써있었다. 아, 개집표가 없으니까 이게 다르구나.

독일에 와서 가장 깊이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철저히 이용자를 염두에 둔 공공교통" 체계이다. 그 중 한 가지로 개집표가 없이 열차를 이용하는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독일에는 고속열차나 IC 같은 간선열차에서부터 S반, U반과 같은 통근형 열차에 이르기까지 역에서 개집표를 하지 않는다. 다만 간선열차 같은 경우 검표를 거의 필수적으로 한다. 개집표가 없는 대신 승강장에 들어서면 자판기가 있다. 여기서 표를 사서 바로 옆에 봉 같이 서 있는 기계에 집어넣으면 날짜와 시간이 찍혀 나온다. 물론 개집표를 생략한 것이 꼭 이용자를 위해서만 취해진 조치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냥 오래전부터 하나의 관습처럼 굳어져 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유럽권이면서도 개집표를 하는 영국이나, 지하철이나 광역철도에 한 해 개집표를 하는 러시아의 경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개집표를 생략할 경우 부정승차자를 대량으로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부정승차자 때문에 대다수 선의의 이용자가 불편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독일 철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정승차자보다 선의의 이용자를 먼저 가정에 두고, 설사 부정승차자가 있더라도 일단은 이용자가 편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덕분에 공공교통 이용자는 복잡한 개집표 절차를 생략하고 열차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개집표가 없음으로 인해 역사 구조가 단순해지고 이용자의 동선이 짧아졌다.


* 이번에는 운영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냥 돈 안내고도 충분히 탈 수 있을텐데, 분명 그런 사람들도 있을텐데 운영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개집표 시스템에 비해서 엄청난 비용을 아끼고 있다. 첫째가 시설비 측면이다.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역 구조가 굉장히 단순하다. 예를 들어 U반이나 S반 지하역의 경우 지상에서 한 층만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같으면 지하철 매표소가 있을 곳에 승강장이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환승역의 경우에도 우리처럼 복잡하게 통로를 안 만들어도 되고, 환승시 운임이나 개집표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도 필요없다. 결국 운영 주체들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인 건설비를 다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개집표 기계나 이를 관리할 인원이 필요 없으므로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유지비, 인건비도 경감할 수 있다. 게다가 독일의 경우 자동매표 비율이 매우 높아(S반 같은 근거리 여객의 경우 거의 100%) 표 파는 인원도 없다. 예를 들어 베를린 중앙영 바로 옆에 있는 Bellevue라는 작은 역의 경우를 보자. 우리의 남영역과 비슷한 형태의 선상역사인데, 한 개의 섬식 승강장에 S반 열차만이 정차한다. 이 역에 근무 인원은 1명이다(교대 인원 제외). 승강장 가운데에 안전 유지 겸 안내 센터 겸해서 조그마한 사무실이 하나 있을 뿐이다. 열차가 들어오면 여기에 있는 역무원이 나와 승객들이 열차에 승하차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무실에는 CCTV가 있어 항상 역사 내를 감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개집표 없는 시스템을 할 경우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하는 한다.

(-) 부정승차 증가에 따른 수입 감소
(+) 건설비(단순한 역사 구조 가능)
(+) 운영비(개집표 관련 시설, 인원 필요 없음)

이외에도 주기적인 개집표 단속으로 부족분 일부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한국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역사와 환경이 다르고 시민의식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준법의식이 약해서 아직 안되...'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이 아닐까?

한편 철도애호가 입장에서 개집표가 없는 것은 어떻게 다가왔는가.. 원하면 그냥 승강장에 들어가서 열차 사진을 찍을 수가 있어 좋긴 좋다. 그런데 뭔가 사진에 대한 희소성이랄까, 이런게 안 느껴진다. 진짜 내가 탈 기차표를 구해서 어렵게 승강장으로 들어가 덤으로 다른 열차도 좀 찍고 이런게 우리나라인데, 여기서는 그냥 원하면 들어가 찍으면 된다. 게다가 선로가 끝나는 종착식 역도 많아서 이 승강장에서 저 승강장으로 쉽게 쉽게 옮겨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뭔가 허무하다. 독일 여행 이틀만에 ICE랑 각종 열차들을 종류별로 다 찍어버렸으니.. 또, 철도패스로 탈 수 없는 U반이나 일부 사철의 경우에도 표를 사 탈 계획까지 세웠으나 그냥 들어가 사진만 찍고 나오는 등 경비를 절감할 수 있던 점은 좋았다.

우측에 있는 것이 자동매표기. 좌측에 보이는 봉 같은게 개표기 역할을 하는 기계로 빨간 부분에 표를 넣으면 날짜와 시간이 찍혀져 나온다(이것을 안 할 경우 부정승차처리).


베를린 S반 역.근무인원이라고는 가운데 보이는 역무원한 사람뿐.

그 뒤 박스는 역무실 겸, 안내센터 겸, 안전 감시소 역할을 한다.


따로 개집표기가 없고, 알아서 저 봉에 개표를 하고 열차를 타면 된다.

저 뒤가 바로 승강장이다. (뉘른버그 U반 역)


사진 속 아치 위가 도로고, 아치 속이 승강장이다. 개집표가 없기 때문에 역 구조가 단순하다.

서울 같으면 매표소와 개표기가 있을 자리에 승강장이 있는 셈이다.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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