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 여행기 2005. 10. 8. 21:58

(1)벽제역으로 가는 길

2003년 6월 25일. 1시 35분 출발하는 #1533 교외선을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갔다.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교외선 열차..

교외선은 말 그대로 교외선이었다. 단선이며, 무인역도 많고 열차에 오르면 한가로운 교외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 노선은 60년대에 건설된 노선으로, 서울에 사는 철도애호가들에게는 가까이에 이런 로컬선이 있다는 점에 무엇보다 매력이 느껴진다. 완전 폐선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비정기적인 관광열차나 화물열차만이 운행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발 의정부행 CDC.. 공사가 한창이었던 서울역.


정겨운 신촌역, 수색역. 경의선 전철화가 되면 이런 정취는 없어질 것이다.


끊이지 않는 지하화 논쟁. (용산-가좌 구간 지하로 결정났음)

대곡역에서부터 열차는 교외선에 접어든다.


대곡역. 교외선과 경의선은대곡역 바로 전에 분기가 된다.
경의선 대곡역은 서쪽에 위치하고, 3호선 대곡역이 가운데를 관통하고, 교외선 대곡역은 동쪽에 위치한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게 線下역인 3호선 대곡역이다.

즉경의선↕ ←(3호선)→ ↕교외선 ...이런 구조다.



가정집이 가까이에 위치한 대정역, 버스 기지가 위치한 원릉역.


철도청은 파업을 앞두고 있었다..

벽제역에서 내렸다.선로도 하나, 플랫폼도 하나인 무인역. 상당히 정감을 일으키는 역이었다. 역에 내린 사람은 나와 내 여자친구 그리고 또 다른 일해 두 명 뿐이었다. 역에는 군사지역과 가까운지 군 초소 비슷한 것도 있었고, 군인 두 명이 있었는데 고참으로 보이는 사람이 후임병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그 후임병도 이제 제대한지가 오래겠지만..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CDC는 떠나고..



벽제역..


중남미 박물관.

버스를 타고 10여 분 정도 가서 고양시장인가에서 내려,

다시 도보로 10분 정도를 가면 있다.



다시 벽제역으로 돌아와서.. 강아지 한 마리만이 낮잠을 자며 역을 지키고 있었다.

저녁 7시 19분, 의정부행 #1535 열차를 탄다.

내리는 사람은 없고, 타는 사람은 나와 여자친구, 어떤 아저씨 세 명뿐이었다.


벽제역에서 출발하자 다시 또 전원의 풍경이 보였다.
그린벨트라 그런지는모르겠지만,개발의 입김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측 사진은 열차에서 끊은 대용승차권.



좌측은 교행을 한 일영역. 우측은 장흥역.


2) 열차 탈선하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잘 감상하고 의정부 시계에 들어섰던 열차는 저녁 7시 50분 경, 북의정부역 조금 못와서 탈선을 했다. 물론 빠르게 달리다 탈선한 것이 아니라서 큰 사고는 안났지만 기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급정거를 했다. 원래 7시50분 의정부역 도착 예정이었던 열차는 멈추어 버렸다.

창밖에 경원선 복선전철화 고가로가 보이길레, 사진 찍으려고 일어선 순간 좀 급하게 서 버렸다. 그렇다고 그렇게 심한건 아니었지만, 하여튼 기차로선는 느끼기 힘든 급정차였다. 하지만 별 생각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곧 방송이 나왔다. 열차 신호정지로 잠시 대기한다고. 그런데 한 승무원께서 앞열차로 급하게 막 뛰어가셨다.(나는 맨 뒷열차에 타고 있었음.) 하지만 그때까지도 그렇게 심한 일인줄을 몰랐다.

그러더니 한 2,3분 지났을까, 저희 열차는 탈선을 했습니다 라고 방송이 나왔다. 헉, 탈선... 하필이면 처음 타본 교외선에서 탈선을 경험 하다니... 승무원님께서 오시더니 승객분들에게 내려서 북의정부역까지 걸어가라고 그러셨다. 내려보니 주변은 온통 공사판이었다.

내려서 보니 앞바퀴가 레일 안으로 푹 파묻혀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승무원께서 나에게 손짓을 하며 찍지 말라고 했다. 인상을 팍쓰시면서... 좀 무서웠다. 내 사진기가 렌즈 부분이 돌출된 제품이라, 그걸 들고 있으니 기자 같은 부류로 생각했나보다. 그래서 난 "저 그냥 취미로 철도 좋아하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까, "아니 죄송한건 우린데, 안 좋은거 찍어서 뭐하겠냐"구 그냥 찍은 거 혼자만 가지구 있으라구 그러셨다. 어쨌든 대략 30명 정도 되는 승객들은 한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북의정부역으로 걸어갔다. 철로를 따라 걸은게 아니라 인근 도로로 나가서 지하도도 건너고 그랬다. 북의정부역에서 승무원께서 플랫폼으로 그냥 들어가라고 지시하셔서, 들어가 인천행 열차를 탄뒤 다시 의정부 역에서 내려서 역무원님께 승차권을 보여드리고, 다시 승차권을 찍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열차가 탈선한 부근 공사판을 걸어가고 있을 때, 나에게 사진 찍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 공사장에 있던 인부들한테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냐, 기관사는 모한거냐, 이거 큰일날일이다 비상사태야 완전... 등등. 책임자이신 듯 했다. 어쨌든, 한국철도에 대해 조금 실망이었다. 그렇게 사고가 나서 북의정부까지 승객을 걷게 했으면 무언가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지... 이런 알려지지 않은 자잘한 사고가 수두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종착지에 거의 다 와서 속력이 느릴 때 탈선사고가 났기 때문에,큰 사고로 번지지 않은 점은 다행이었다. 많은 철도 관련 종사자 분들이 일선에서 수고하시고 계시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안전 문제 만큼은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사실 2003년은 그 어느 해보다 유난히 철도사고가 많았다고 느껴지던 해였다.




탈선하여 안으로 박힌 바퀴.


좌) 열차에서 나와,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북의정부 역까지 걸어가기 시작하는 승객들.
우) 탈선 열차 앞 부분(오른쪽에 조그맣게 보이는 분이, 나에게 사진찍지 말라고 제지하려 달려오고 있다.)



좌) 공사장에 댕그러니 남겨진 #1535 편성 열차.
우) 북의정부로 걸어가는 승객 행렬.(내가 사진 찍다가 제일 뒤쳐졌다.)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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