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 정보 2006. 9. 12. 03:54

(다음철도동호회 전문①게시판 10235번글, 2003.07.07)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가장 큰 이유가 사철이 등장할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우리보다 거의 100년 빠르게 근대화, 산업화를 추진하였습니다. 우리가 6,70년대에 추진하였던 산업화를 이미 20세기 초나 그 이전 시기에 추진하였던 것이지요. 포철이나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대기업이 등장한 것이 우리에겐 3,40년 밖에 안됬지만, 이미 일본에는 미쓰비시 상사나 신일본제철 등을 비롯한 대기업에서부터 캐논, 니콘과 같은 광학회사, 그리고도쿄나 오사카 등지의 철도회사등이 이미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등장했었지요.


이렇게 20세기 초반에 산업화가 되다보니 도시화에서도 우리보다 빨랐고, 이로 인해 도시의 규모나 구조, 사회 계층 구조의 차이가 많았습니다. 조선은 그냥 일본이라는 공업화된 나라의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일뿐이었습니다. 대략 홋카이도 정도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19세기에 도쿄의 인구가 삼백만이 넘었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이에 비해 구한말 서울의 인구가 채 50만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대도시 권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한 교통망이 필요했습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사철이지요. 현재 일본의 대도시에 놓여져 있는 철도망은 이미 20세기 초중반에 놓아진 것입니다. 우리가 경인선, 경수선을 전철화 하기 이미 몇십년 전에 그들은 그러한 철도를 놓았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의 경우, 40년대경에 오사카에 유학을 하셨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동차 수는 지금의 서울이 훨씬 많으나, 전철망은 아직도 그 때 수준도 못따라간 다고 하십니다. 이미 그때에 일일 패스같은 것이 있어서, 지하철과 고가 전철등을 갈아타시면서 통학하셨다고 하시더군요. 도쿄도 아닌 오사카에서 말입니다.

일단 당시로서는 육상 교통은 철도가 왕이었겠지요. 승용차나 도로 교통이 부실했기 떄문에 주된 교통 수단은 철도였습니다.
때문에 그만큼 수요가 철도에 몰렸고, 그것은 나름대로 경쟁 시장을 형성하기에 충분했습니다.그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국철은 물론, 각종 자본들이 철도로 몰린 것이라고 봅니다. 장사 잘 되는 좋은 목 골라서 철길 놓고 장사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이 현재에까지 일본 사철에 뿌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 동부고속, 금호고속.. 등 여러 자본이 고속버스 사업에 뛰어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철도의 부흥기를 놓쳤습니다. 철도가 한창 잘나가던 20세기 초반에, 조선이라는 농업국가에 도시가 발달할리 없었고, 때문에 그냥 필요한 간선들만 몇 개 만들면 충분했지요. 물론 당시에 사철이 건설되었지만, 일본 측과 비교하면 진정한 의미의 경쟁 노선이 아닌, 말 그대로 최소한의 간선 역할을 하기 위한(때로는 군사적인 용도의) 철도일뿐이었습니다.

도시 인구가 작기 때문에 도심의 크기도 작았습니다. 사대문안은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이고, 때문에 노면 전차 정도만 있으면 되었지요. 만일 그 당시에 우리도 산업화를 추구하여 대도시가 발달하였다면, 서울 도심에서 성북이나, 잠실, 영등포 등의 원거리의 교외에도 시가가 형성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교외 지역으로의 대량 교통량을 흡수하기 위해 '전철'이 건설되고, 시장이 커져서 사철도 뛰어들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제 개발을 하게 된 것은 6,70년대. 이미 철도의 암흑기가 시작되고 있던 때지요. 개인 승용차의 성능향상과, 도로 정비로 굳이 철도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당시 정책가들도 '철도는 한물가고,이제는 고속도로다!'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쉬운 예가.. 70년대에 개발된 강남을 보십시오.. 철도가 없습니다. 그렇게 강남강남 외치는 곳인데, 철도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70년대에 경제 발전 계획을 하면서 내세웠던 것 중 하나가 경부고속도로 였다는 것. 어디에도 철도는 없었습니다. 철도가 들어왔어야 할 수많은 자리를 아스팔트가 차지해버린 것이지요.

사철.. 말 그대로 민영 철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쟁'과 그것이 가능한 '수요의 형성' 입니다만, 우리에게는 그러한 상황이 안되었고, 때문에 현재까지 철도는 정부의 독점적인, 그것도 기업이 아닌, 행정부 산하의 정부 기관(철도청- 기상청, 경찰청 처럼..) 이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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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입니다. (2006.09.12)

1) 우리에게도 사철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모두일제시대에 있었고, 대표적인 것이 금강산전기철도 입니다. 이외에도 경춘선이나 장항선, 대구선 등이 민영철도이었다가 해방 후 국유화되었습니다. 북한쪽에 있는 구간 중에도 사철이었던 구간이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2) 사철(私鐵)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온단어입니다. 우리의 경우 해방 후 철도는 모두 철도청(국가)에 의해 운영되었기 때문에 사철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이유가 없었지요. '민영철도'나 '민간철도'라는 단어가 더 귀에 와닿지 않나 생각합니다.

3) 영국의 경우

18세기 중반 중소사철 난립 → 점차 대기업으로 통폐합 → 1923년 4대 철도회사로 통폐합 →1947년 국유화(British Railway, BR) → 1994년 민영화(30여개 사철로 분리)

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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