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3부 - 영국철도 탐방기 - 6 보존철도

<보존철도>

* 런던의 철도 전문서적을 파는 곳에서는 1890년과 1947년, 그리고 현재의 영국철도 아틀라스를 팔고 있다. 이것을 보면 현재의 노선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처럼 수인선이나 삼천포선 같은 지선 노선 몇 개 없어진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철도연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런던이나 맨체스터 같은 대도시 주변은 서울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철도가 거미줄 같이 깔려있다. 줄어든 것이 이 정도인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철도가 우리나라의 국도 놓여져 있는 수준, 그 이상으로 놓여져 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소위 철도선진국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나라들의 철도인프라는 적자 노선을 이미 한번 솎아낸 상태인 셈이다. 처음부터 철도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시작하여 지금도 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와는 그 배경부터가 다른 것이다.

19세기 중반, 이들 국가들은 철도라는 신개념의 교통수단이 생김으로써 일종의 철도인프라의 빅뱅을 겪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90년대 말 휴대전화의 급격한 보급이나 2000년대 초 초고속인터넷 망의 폭발적인 증가를 겪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도보나 우마차 만을 이용해서 이동했던 거리를 철도라는 편하고 빠른 수단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이것은 그야말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통체계였던 것이다. 반면 우리는 이미 도로교통이라는 대안이 생겨난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철도인프라 빅뱅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철도팬으로서 절망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그들과는 다른 불리한 조건을 어떻게 극복하여, 철도를 공공교통의 중심에 세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일 것이다.


* 어쨌든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영국에는 백여 개가 넘는 보존철도 구간이 운영되고 있다. 이용객 감소로 폐선이 된 노선의 일부 또는 전 구간에 증기기관차(SL)나 오래되어 퇴역한 열차 등을 운행하여 관광용 보존철도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선이 백여 곳이 넘는다는 사실은 철도팬으로서 부러울 따름이다. 다음 주소는 위키피디아 사이트에 있는 잉글랜드 지역 보존철도의 리스트이다.

http://en.wikipedia.org/wiki/Category:Heritage_railways_in_England

잉글랜드만 이 정도이고 웨일즈나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지역, 기타 도서 지역은 별개로 표시되어 있으니 그 어마어마한 수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아래 지도는 보존철도와 함께 철도관련 유적,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는 곳을 표시하고 있다. 영국의 수 많은 보존철도 중 2개를 보고 그 중에 하나를 탈 수 있었다. 여기에 소개해본다.


영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보존철도들.

파란 점이 보존철도를 나타내며, 대부분이 관광용으로 상업운행을 하고 있다.

일부는실제 기관차를 운전해 볼 수 있는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출처 ☞ http://www.heritagerailways.com/ukmap.html



<Ravenglass & Eskdale 철도>

* 잉글랜드 북부, 호수지역에 위치한 Ravenglass & Eskdale 철도는 1876년 개통된 잉글랜드 지역 최초의 협궤철도이다. 원래는 에스크데일 산에서 캐낸 철광석을 운반하기 위한 용도로 건설되었다. 총 연장은 7마일(약 11km) 정도로, 건설비를 아끼기 위해 900mm 협궤로 건설되었다. 1913년 폐선되었으나 1915년 운행이 재개되었고, 이 때 현재의 381mm 협궤로 바뀌었다.

☞ 공식 홈페이지 http://www.ravenglass-railway.co.uk/

* Ravenglass역에 도착하였다. 이 역은 Ravenglass철도로 갈아탈 수 있는 곳으로 한가한 시골역이었다.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초미니 궤간이 보인다. 옛 국철역에서 나오면 바로 Ravenglass철도 박물관이 있으며, 약 50m 거리에 Ravenglass철도를 탈 수 있는 역이 있다. 조금 있으니 증기기관차가 기적소리를 내며 들어왔다.장난감 기차 같았다. 그렇지만 엄연히 실제 증기기관차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진짜 기차이다. 전차대도 있는데 사이즈가 앙증맞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밀어 직접 돌린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쉽게도 레이벤글라스로 오는 열차를 한 번 놓쳐, Ravenglass철도를 직접 타볼 수는 없었다. 여름 시즌의 경우 열차가 많이 운행하나, 겨울로 갈 수록 하루에 운행하는 횟수가 줄기 때문이다. 직접 보니 정말 타고 싶었다. 열차를 놓친 바람에 돈은 굳었다만.. 먼 훗날을 기약하는 수 밖에.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엽서 두 장으로 아쉬움을 달래도 사진을 찍었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보존 철도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상1) 전차대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Ravenglass철도의 SL.

사람이 밀어서 돌린다. ㄷㄷㄷ..


앙증맞은 크기의 증기기관차(옆에 서있는 사람과 크기를 비교해보라)..!하나 가지고 싶었다.

전차대에서 방향 전환 후 열차 앞부분으로 가고 있다.



객차부를 점검하고 있는 승무원 할아버지.



저렇게 객차부는오픈된 상태로 운행한다.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거의운행을 안 한다.



381mm짜리 초미니 궤간. 필자의 발과 비교해보시길.. 앞부분은 전차대.



국철(민영화되었으나 구분을 하기 위해 그렇게 칭해본다)역과도 맞붙어 있다.

좌측이 국철의 표준궤, 우측이 Ravenglass철도의 초미니 궤간.



차량기지?.. 라기보다는목공소같은 느낌이다.

<Ffestiniog 철도>

* 웨일즈 북부에 위치한 Ffestiniog철도는 1836년 개통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중 하나이다. Ffestiniog 산 일대에 위치한 슬레이트를 채취해 해안으로 수송하기 위해 건설된 이 철도는 총 연장 21.5km의 협궤철도(597mm궤간)이다. 20세기 들어 슬레이트의 수요가 감소하고 2차 대전이 발발함에 따라 1939년 운행이 중지되었다. 2차 대전 이후에도 자동차 증가에 따른 이용객의 감소로 운행을 재개할 수 없었으나, 보존용 관광철도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어 1955년 일부 구간의 운행을 재개하였고 1981년에는 전 구간이 복원되었다.

Ffestiniog철도의 특징은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열차의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열차 승무에서부터 SL운전, 차량운용, 전기통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되기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으며, 현재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퇴직 철도원, 회사원, 의사, 학생 등 10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일상 영어회화만 가능하다면 현지에 도착하여 SL 운전 등 희망 분야를 교육 받은 뒤 배치되는 것이다. 시간만 된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SL을 운전이나 승무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인데, 철도팬으로서는 한번 고려해 볼 만 하다. (참고자료 /支球の步き方 By Train ⑤ イギリス鐵道の旅, Diamond-Big, 2006.)

☞ 공식홈페이지http://www.ffestiniograilway.co.uk/

* ATW 열차를 타고 Ffestiniog철도로 갈아탈 수 있는 Minffordd역에 도착하였다. 학생들이 많이 내렸는데 다들 집에 가버리고 역에 혼자 남다. 국철역과 Ffestiniog철도역은 통로로 이어져있다. Minffordd역은 무인역으로 작고 고풍스러웠으며 열차표는 차내에서 사야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내로우 게이지, 협궤였다. 1시간이 넘게 열차를 기다려야 했기에 혼자 벤치에 앉아 팜플렛을 좀 읽어보다 사진찍다 하며 시간을 보내다. 역 바로 옆에는 언덕이 있는데 방목되고 있는 양들이 코 앞까지 다가오다. 얼마 후 역에서 낙엽을 치우며 일하고 있던 웨일즈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게 되다. 한국에도 보존철도가 있냐고 해서 없다하면 너무 쪽팔리니까 곡성 철도마을(진짜 SL도 아니지만)을 생각해서 하나 있다고 했다. 수인선에 대한 이야기도 해드렸는데, 왜 보존 안 했냐고 해서 할 말이 없었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기적소리와 함께 열차가 들어오다. 마침 이 역은 교행을 하는 역이라 양쪽에서 열차가 오고 있었다. 승무원 복장도 잘 어울리고 멋있었다. 뒤에서 두번째 칸, 3등실에 오르다. 열차는 매우 느린 속도(20~30km/h 정도)로 달렸고 동쪽으로 보이는 차창 풍경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산악구간이라 곡선과 구배가 상당했는데, 덕분에 웨일즈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정말 영국에 가시는 분이라면 철도에 관심없는 분이라도 이 철도는 꼭 추천하고 싶다.


(영상2) 처음 부분은 Ffestiniog철도의 객차 내부와 차창 풍경.

다음 부분은 증기기관차에 급수하는 모습.

마지막 부분은 객차 연결하는 모습


기적 소리를 내며 진입하고 있는 열차. (Minffordd역)



객차 부분. 왠지 영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양쪽이 쌍둥이처럼 대칭의 구조를 이루는 더블 엔진보일러 형태의 증기기관차.

다른 철도에서는 보기 힘든 레어한형태라고 한다.



필자가 탈 Blaenau Ffestiniog 행 열차가 들어온다. 이 역에서 교행을 하는 것이다.

이 기관차는 더블 엔진보일러는 아니다. 승무원의 복장이 고풍스럽다.


3등실 객차 내부. 협궤치고는 객차 폭이 넓었다.저 할아버지 뒤에 탔다.



597mm 협궤 궤간. 크기 비교를 위해 필자의 운동화(280mm)를 놓아보았다.



Minffordd역.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무인역이다.



역사 안에 위치한 폐색구간을 관리하는 시설. 무지 오래되어 보인다.

열차가 들어오면 차장이 내려 이 시설의 문을 열고 통표를뽑아 가는 듯 했다.

차장아저씨한테 양해를 구하자 흔쾌히 촬영을 허락했다.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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