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감명받은 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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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현재 고속철도와 관련된 상당수의 현상들이 고속철도 자체의 효율성의 미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시설의 미비나 정치적인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서울~시흥 구간의 문제가 해결되고 , 2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개선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 동안의 결과를 보면, 시설적인 사항은 전체 문제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철도에 대한, 특히 고속철도에 대한 기대와 그러한 기대를 얻기 위해 어떠한 정책을 사용하는가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불완전한 상태의 개통상태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며, 사업 자체의 본질에 대해서 의심하는 것은 그야말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대안 교통수단이 생겼기 때문에, 이제야말로 다양한 교통정책을 펴서 우리가 고효율의 국가교통체계를 구축·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교통정책들이 사회적인 효율성을 위해 개인의 선택에 제약을 가하는 상태로 추진된다. 개인이 하고 싶은대로 두면 가장 좋은 국가교통체계가 구축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자동차의 사용이 그 좋은 예이다. 우리 모두는 자동차 이용을 즐긴다. 국가에서는 도로를 건설하고 유지보수나 가로등의 전기, 행정서비스, 경찰, 소방 등의 기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버스나 트럭에 대해서는 일부 유료도로에서조차 정책적으로 실제 비용보다 낮은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이 부담하는 개인의 비용은 이러한 사회적으로 지출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실제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다 교통사고나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추가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반면 자동차 구매비용, 보험료나 각종 세금 등은 사용량과 별 관계없이 일정하여 자동차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개인에게는 비용이 낮아지게 하는 형태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교통사고나 환경비용과 같은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실제 자동차 이용비용과 실제 지불하는 개인의 비용 간의 차이는 결국 정부의 지원으로 충당되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자동차 이용을 마다할 사람이 없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사회적인 비용의 측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된다. 도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하다. 문제는 도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철도의 수요가 감소하게 되고 철도운영적자를 다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실제로는 도로에 대한 정부지원 뿐만 아니라 철도에 대한 지원까지 2중고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하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도로 수요는 교통혼잡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수출물동량의 물류비 증가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오염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적 경쟁력에 주름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수요가 있으니 도로에 대해 추가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은 더 많은 수요를 도로로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교통수단 선택에서 시장 왜곡적인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효율적인 경제활동기반을 구축하는데 저해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면 대안이 있느냐는 것인데, 혹자는 현재까지 국민들이 철도를 외면해온 상태를 보고 철도는 실제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결과라 하겠다. 실제적인 비용이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라면 도로와 철도의 비교에서 도로가 절대적으로 사용자의 선호를 받는 수단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로에 지원을 해 놓고 수요가 몰리니 더욱 도로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순환논리를 현재까지 봐 왔을 것이다. 그동안 철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투자와 육성을 게을리 하여 왔고 현재 보는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서비스 수준이 낮은, 많은 국민들이 외면하는 철도를 만들고 만 것이다. 비록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태로는 앞으로 전개될 범지구적인 무한경쟁시대를 이겨내기가 어렴다는 사실이다. 또한 제한된 국토환경, 환경문제 및 고령화 등 사회적 구조변화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되기를 아무리 강력하게 원하더라고 외부환경의 변화는 현 상태를 지속할 있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또한 변화된는 환경을 고려하고 후세를 위해서도 현재의 상태로 방치하면 안 된다. 도로에서의 정부 지원을 줄이거나, 아니면 철도에서도 도로와 동등한 수단 선택의 기회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을 정도로 투자, 지원과 육성이 있어야만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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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서선덕 교수님의 글입니다.

월간교통 2006년 4월호 p.6에 있는 「국가교통체계에서 고속철도의 역할과 비전」이란 글 중,

p.14에 있는 <제도적인 정비>란 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출처: 월간교통 2006년 4월호 p.14

http://www.koti.re.kr/upload/publication_regular/mon2006-04.pdf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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