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철도동호회Editor's Space게시판 25번글, 2006.07.18)
앞서 동력집중과 분산에 대한 논란을 읽어보았는데요.
KTX와 신칸센의 비교를 떠나서, 동력집중과 분산식을 모두 채택한 적이 있는 ICE의 사례로 잠시 화제를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ICE는 첫 상업운행이 시작된 91년부터 활약해 온 ICE1(401형)과 96년 등장한 ICE2(402형), 99년 등장한 ICE3(403/406형)과 ICE3의 틸팅버전 ICE-T(411/415형), 그리고 비전화 구간에 투입되다가 현재는 운행을 중단한 상태인 디젤틸팅버전의 ICE-TD(605형)가 있습니다. 이 중 틸팅버전들은 재끼고, ICE1, 2, 3만 보면요.
ICE1의 경우 전후부에 동력제어차가 위치하여 push-pull로 운행하는, KTX와 같은 구조입니다. 다만 KTX의 2, 18번째 차량처럼 반실구조의 동력객차가 있지는 않고요.
즉 <동력제어차+T+...+T+동력제어차>와 같은 구조이지요.
ICE1 출처: http://www.asahi-net.or.jp/~ny8h-ky/
ICE2의 경우 동력제어차가 한대로 줄어버립니다. 그래서 동력차가 없는 반대편 끝 쪽에는 운전실과 객차가 같이 있는 제어객차가 있습니다.
즉 <동력제어차+T+...+T+TC> 와 같은 형태가 되지요.
아래 사진은 각각 ICE2의 양 끝부분의 모습입니다. 첫째 사진이 TC고, 두번째 사진이 동력제어차이지요. 다만 TC라고 해도 운전실과 객실 사이에 작은 기계실이 있어 운전실 너머로 전면의 풍경을 본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반객실 반운전실에가까운 구조이지요.
ICE2 출처: http://www.railfaneurope.net/ice/ice.html
그리고 드디어 문제의 핵심.. ICE3입니다. 요놈은 동력집중 방식이 주를 이루는 유럽의 고속열차 중에서 드물게 동력분산식입니다. 웅장한 음을 내며 열차를 견인해주는 동력부, 즉 기관차는 사라지고, 대신 모든 기계 장치들은 객차 바닥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대신 동력제어객차와 동력객차가 등장했고, 동력제어객차 부분에서는 운전실 너머 전면의 풍경을 보는게 가능해졌지요.
즉 <동력제어객차+T+동력객차+T+T+동력객차+T+동력제어객차>의 4M4T구조입니다.
ICE3의 전두부. 출처: http://www.bahn.de/
어라.. 이건 다름아닌 동차 고속열차의 원조 신칸센과 비슷한 모습인데요.. ICE의 등장 순서상으로 볼 때 결국 독일철도, 나아가 유럽철도도 동력분산식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대개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으리라 봅니다. 동차의 왕국(심지어는 화물열차까지 동력분산화 시키는 -_-;)일본철도의 승리인가?... 과연 ICE3이 동력분산으로 채택된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요.
ICE의 변화 (위에서부터 차례로 ICE1, 2, 3) 출처: http://www.railfaneurope.net/ice/ice.html
여기서 잠시 독일의 고속철도 ICE에 대해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TGV를 베이스로 한 KTX나 옆 나라 신칸센을 주로 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속전용선(고속신선)은 당연히 고속철도를 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속‘전용’선이지요. 때문에 가끔 게시판에 고속선에 새마을을 넣자 뭐 이런 글 나오면 쫌 터문 없는 생각으로 여겨지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칸센이나 TGV 계열과는 달리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경우 고속철도의 개념 자체가 좀 다릅니다. 뭐랄까, 신칸센이나 TGV의 경우 고속철도가 기존철도와는 구분되는 전혀 새로운 타입의 서비스이지만, ICE는 IC/EC라는 기존의 간선 네트워크의 연장선상에 있는 ‘조금 더 빠른’열차입니다. 단적인 예로 TGV의 경우 예약을 해야만 탑승이 가능하지만(즉 구간권+특급권 개념?), ICE의 경우 DB의 여느 열차들과 마찬가지로 예약없이(물론 해도 되고) 구간권 만으로 탑승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받아지리라 보는 것은..
ICE의 고속선에 IC/EC와 심지어는 화물열차(두둥~)들도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그렇고요. 스페인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식으로 ICE 열차의 경우에도 전용선로(아니, 고속신선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군요)는 4개 구간밖에 없지만, 운행 계통별로 30개가량의 노선이 존재합니다. ICE건 IC건, 신선이건 기존선이건 거의 격식없이(?) 돌아댕깁니다. 다만 간선열차냐 로컬열차냐 이 정도의 구분은 뚜렷합니다. 즉 얘네들한테 고속신선은 TGV나 신칸센처럼 고속철도 자체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전라선이나 장항선 같은 노후 구간을 직선화하여 용량증대와 속도향상을 이루듯이 짓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우리처럼 “KTX = 광명~대전, 옥천~대구 고속신선구간”이라는 연결고리가 희박하다는 말이지요.
자, 다시 독일철도 사상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던 1998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ICE1의 탈선 사고로 100여명이 사망했던 비극적인 사건의 한편에서는 ICE의 새 변신이 예고되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ICE3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의 실마리는 ICE3의 개발 목적에 있습니다. ICE3이 개발된 것은 다름아닌 DB의 네 번째 고속선 구간인 Koeln-Mainz 구간을 위해서인데요. 이 구간은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여객전용’으로 설정하고, 구배를 40퍼밀까지 허용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맞는 열차를 위해서는 구배에 약하고 축당 하중이 높은 동력집중식보다 동력분산식의 열차가 유리했던 것이지요. 이것이 곧 ICE3로 태어나게 된 이유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미 건설된 세 개의 고속선 구간의 경우 기관차 견인의 일반열차와 화물열차도 다니기 때문에 구배를 완만하게 하고 허용중량을 높여서 건설하였습니다.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들었던 것이고요. (제가 엔지니어링 부분에는 까막눈이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관차견인방식 즉 동력집중식의 경우 구배에서 동력분산식에 비해 딸리는가 보지요? )
적어도 ICE에 있어 동력분산식의 선택은 속도나 가속도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핵심은 코스트 절감, 그것도 뭐 운행상의 연료비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비 삭감 -_-;
동력분산식이건 집중식이건 딱히 한 가지 측면에서만 바라볼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참고 사이트:
http://www.asahi-net.or.jp/~ny8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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