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3부 - 영국철도 탐방기 - 4 영국의 야간열차

<야간침대열차>

* 야간열차, 특히 침대열차의 경우 숙박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전날 밤 출발해 다음날 아침에 목적지에 도착하는)상 500km 이상의 장거리 구간에서 발달할 수 있다. 단순히 거리 뿐만이 아니라 수요를 뒷받침 해 줄 대도시도 위치해 있어야 한다. 영국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하고 일본의 2/3 정도이지만, 주요 대도시들이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장거리 구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도시가 런던과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인 에딘버러의 구간이지만, 이 둘 간의 거리 역시 600km 정도로 부산-평양의 거리보다도 가깝다. 때문에 장방형의 국토 모양에 1000km 이상의 대도시 구간이 산재한 일본이나, 인근 국가와의 지리적, 정치적 장애가 거의 없는 유럽 대륙과 달리, 영국에서는 야간침대열차가 발달하지 못했다. 여기에 열차가 고속화되고 항공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야간열차가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영국에서 운행되는 야간열차는 칼레도니안 슬리퍼 Caledonian Sleeper(런던-스코틀랜드)와 나이트 리비에라 Night Riviera(런던-콘웰지방)의 두 가지 밖에 없다.

영국 침대열차의 첫인상은 대륙과 달리 복도가 매우 좁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대체적인 분위기가 대륙과 사뭇 달랐다. 영국의 야간열차는 1등 침대(1인실)와 2등 침대(2인실), 좌석차, 라운지카로 이루어져 있으며 쿠셋(6인실)이 없다. 대륙에서 싼 값에 쿠셋을 이용했던 필자로서는 필요 이상으로 호텔에서와 같은 고급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었다. 세면도구와 생수, 아침식사가 제공되며, 시트를 승객이 직접 깔아야 하는 대륙의 쿠셋과 달리 시트도 이미 깔려 있었다. 쿠셋이 군더더기를 없애고 필요한 것만 취한 얼마나 합리적인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침대차 말고 좌석차를 이용할 경우 이러한 서비스는 없다. 대신 요금이나 예약비가 없어(독일에서는 예약비 3유로) 패스가 있을 경우 정말 공짜로 하룻밤을 날 수 있다.


* 칼레도니안 슬리퍼는 First Scot Rail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에 왕복 두 편성이 있다(단 토요일 운휴). 우선 HIghland Caledonian Sleeper의 경우 초저녁 런던 Euston을 출발하여 서해안간선을 따라 북상하여 에딘버러로 간 뒤, 각각 Aberdeen과 Inverness, Fort William 방향으로 객차가 분리된다. 런던에서 세 행선의 객차들이 같이 출발하기 때문에 꽤 장대편성이 된다. Lowland Caledonian Sleeper의 경우 심야에 런던 Euston을 출발하여 마찬가지로 서해안간선을 따라 북상하지만, Carstairs에서 객차가 분리, Y자 모양으로 분기되어 하나는 에딘버러, 하나는 글래스고우로 간다. 차내에 샤워 시설은 없으나 런던이나 에딘버러 역에 샤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1등 침대 티켓 소지자는 무료이다.

이번 영국의 여정에서는 야간열차를 세 번 이용해보았다. 먼저 런던을 21:15에 출발하여 인버네스에 08:30에 도착하는 HIghland Caledonian Sleeper에서는 2등 침대를 타보았다. 객차의 경우 숫자가 아닌 알파벳으로 불리우며, K차였다. 2인실이었고 원양어선에 승선한다는 스코틀랜드 아저씨와 탑승했다. 생수와 FSR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일회용 세면도구 세트가 침대마다 놓여져 있어 기념으로 가져왔다. 탑승을 하면 곧 차장이 다가와 검표를 한다. 아침에 몇시에 깨워줄지와 식사와 함께 무슨 음료를 마실지 물어본다. 오전에 일어나니 열차의 진행 방향이 바뀌어 있고, 옆 칸이 없어져 있어서 열차 후면의 경치를 감상하며 올 수 있었다. 내리기 얼마 전 차장이 노크를 하더니 아침 식사(빵 몇 개와 머핀)와 커피가 담긴 쇼핑백을 건내주었다. 2등 침실의 요금은 34파운드(운임 제외)였다.

런던에서 에딘버러까지 90형 기관차가 장대편성을 견인한다. (런던 Euston역)

Caledonian Sleeper의 객차

복도는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매우 좁다.


2등 침실(2인실) 내부.


세면도구와 각종 팜플렛이 침대마다 놓여져 있다. 우측은 BritRail Pass와 침대열차 예약권


Caledonian Sleeper에서 제공된 아침 식사.



아침에 깨어나보니 열차는 스코틀랜드 북부를 달리고 있었다.

* 두번째로 에딘버러를 23:40에 출발하여 런던에 07:14에 도착하는 Lowland Caledonian Sleeper에서는 좌석차를 이용해보았다. 에딘버러 Waverley역 동쪽의 한가한 곳에 위치한 10번 홈에서 탔다. 기관차와 라운지카 사이에 있는 A차였다. 좌석은 1+2 배열로 KTX 특실의 좌석처럼 넓고 편했고, 이번 영국 여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리클라이닝 시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좌석이 진짜 편했던 것인지, 피곤했던 탓인지 좌석에 탄 것으로는 드물게 정말 개운하게 잘 자고 런던에 도착했다. 자리마다 눈가리개 제공되어 기념으로 가져왔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런던으로 가는 상행열차라 그런지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Lowland Caledonian Sleeper. (에딘버러 Waverley역)

좌석차 내부. 1+2배열로 KTX특실 좌석과 비슷하다.


* 나이트 리비에라는 First Great Western에서 운영하며, 하루에 왕복 두 편성이 있다(단 토요일 운휴). 런던에서 잉글랜드 서남부에 돌출된 반도 지방인 콘웰의 Penzance까지 491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을 운행한다. 낮에는 열차가 5시간 만에 주파하는 구간이지만, 나이트 리비에라는 새벽 너무 이른시간에 도착하지 않게 표정속도를 낮춰 7, 8시간 동안 운행한다. 1등 침대, 2등 침대, 좌석차, 식당차가 있으며, 좌석차는 2+2, 식당차는 1+2 배열이다.

세번째 야간열차로 Penzance를 22:00에 출발하여 05:11 런던 Paddington에 도착하는 나이트 리비에라의 2등 침실을 이용해보았다. 칼레도니안 슬리퍼보다 열차 량수도 적고 더 한가한 느낌이었다. 역시 2인실이었지만 방을 혼자 쓰게 되었다. 세면대에 뚜껑이 있어 닫으면 탁자로 쓸 수 있고 그 아래에는 쓰레기 통이 있어 편했다. 역시 생수와 세면도구가 제공되었다. 아침 식사는 달랑 음료와 쿠키 하나로 칼레도니안 슬리퍼보다 부실했다. 요금이 칼레도니안 슬리퍼보다 싼 이유가 있었다. 2등 침실의 요금은 25파운드(운임 제외)였다.



Night Riviera의 객차. (Penzance역)



아침에 런던에 도착해서.. (런던 Paddington역)


역시 복도가 좁다.



2등 침실 내부.



선반 뚜껑을 열면 세면대가 나온다.



제공된 아침 식사.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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