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zino의 유라시아 철도기행 2006'

3부 - 영국철도 탐방기 - 5 웨일즈의 단량동차

<웨일즈의 단량동차>

* 웨일즈 로컬선의 단량동차

웨일즈의 남서부 Swansea와 중부 Shrewsbury를 잇는, 일명 Heart of Wales line라고 불리우는 이 구간은 말 그대로 웨일즈의 중심을 관통하는 구간이다. 우리의 경전선과 비슷한 느낌의 한적한 구간으로 영국 로컬선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153계 단량동차(1량짜리 기동차)가 투입되는데, 물론 화장실도 있다. 총 4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으로 중간에 교행을 하면서 승무 교대를 한다. 즉 먼저 번의 기관사와 차장은 중간까지 왔다 다시 돌아가는 것이고, 새 기관사와 차장(물론 이 둘도 온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타서 승객들은 다시 검표를 받는다.

기관사와 차장 2인이 승무하며, 검표는 차장이 맡고 있었다. 또한 차장은 열차가 서는 역(대부분 무인역)마다 내려서 열쇠로 박스를 열어 폐색구간을 조절하는 듯 했으나,통표가 달린 큰 반송기 같은 것은 볼 수 없었다. 어쨌든 차장 아저씨가 수고가 많으시긴 했지만, 기관사 1인만 승무를 하는 일본보다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단량동차가 투입된다는 자체가 수익이 안 나는 노선이라는 건데, 버스만한 동차에 2인을 투입한다는 것은 좀 낭비가 아닌가?


Heart of Wales선의 153계 단량동차. (Llandrindod역, Agfa Ultra 필름)



Blaenau Ffetiniog - Llandudno 간을 왕복하는 153계 단량동차. (Blaenau Ffetiniog역,Agfa Ultra 필름)


무인역 승강장에 내려 폐색구간을 조절하고 있는 차장 아저씨.


* 단량동차 고장 사건

Llandrindod에서 승무교대를 한 뒤 두 정거장이나 갔을까. 열차의 시동이 자꾸 꺼지다가 결국에는 어느 숲 속에서 멈추어 버렸다. 기관사와 차장이 내려가 차량의 상태를 살펴보고 올라와 다시 시동을 걸어보았으나 덜덜거리다 꺼짐. 결국 차장은 견인할 기관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다시 둘은 차량을 보러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상황실과 통화를 반복하다. 곧 근처 역에서 지원 인력 서 너명 정도가 오다. 근처 역이라고 해봤자 대부분 무인역 아니면 한 두명이 상주하는 역이라 많은 인원이 올 수가 없는 듯 했다. 그런 식으로 한 시간 정도가 지난 뒤, 다음 역으로 걸어서 이동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사실 명령은 아니고, 다음 역으로 이동해 버스를 타거나, 열차에 남아 견인되기를 기다리는 방법 중 선택하라는데. 당연히 아무도 안 남으려했고, 약 15명 정도 되는 승객 전원이 다음 역으로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어디선가 사다리를 꺼내와 앞문을 열고 내려갔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영국에 와서 처음 타 본 단량동차가 고장나 운전석 앞문으로 내리는 일을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날 묵을 숙소를 잡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일정보다 몇 시간이나 더 늦게 목적지에 가게 되었으니. 게다가 여기는 머나먼 이국 땅 시골 구석, 이 낯선 곳에 던져진 한 동양인..

열차에는 두 명의 직원이 남았고, 승객들은 다른 직원 서 너명과 함께 다음 역까지 걸어갔다. 필자도 승객들과 함께 선로를 따라 약 25분을 걸어 다음 역인 Lanbister Road 역까지 갔다. 여기에서 또 30분 가량을 기다리니 상황실에서 보내준 버스가 도착하였다. 25인승 미니 버스급으로 보였는데 벤츠산이었다. 다시 그렇게 1시간 반 어둡고 좁은 시골길을 달려, 원래 열차의 종착역인 Shrewsbury역에 도착하여 상황 종료.










열차 고장으로 선로를 따라 다음역까지 가다!

* 영국의 국민성?

재미있던 점은 열차의 고장으로 영국인들을 국민성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열차가 고장났는데 다들 여유있고, 자동차처럼 뒤에서 우리가 밀어야 되는거 아니냐는 둥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면서 웃는다. 15명 정도 되는 사람 중 아무도 불평 불만을 안 터뜨린다. 체념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버스도 한참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 우리나라 같았으면 열혈 아저씨 아줌마 한 두명 정도 나와서 노발대발 할 상황이었는데(솔직히 필자는 누군가가 그래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직원들이 방법이 있는데 안 쓰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어차피 직원들한테 화내 봤자 소용도 없는 것이고.. 라고 생각도 했으나 그래도 회사 차원의 실수인데, 승객들을 이렇게 걷게 했는데, 진짜 배고파 죽을 지경인데, Shrewsbury역에 도착하면 본사에서 직원이 나와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빌면서 무료 티켓이나 간단한 도시락이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했으나 그런 거 없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모두들 막차 놓칠세라 그냥 얼른 자기 갈 길을 가더라는 허무한 결말.

(다음 편에 계속..)

ⓒ Shinzino 2006 (http://blog.paran.com/station215)

posted by Gosanza S. Zi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