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전거를 타고, 옥구선을 따라

옥구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좀 낯선 철도 노선이다. 옥구선은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출발하는 11.8km의 단선철도이다. 군산에서 출발한 이 철도는 옥구를 거쳐, 군산비행장까지 간다. 호남선이 지나는 익산에서, 지역철도인 군산선을 타면 군산까지 갈 수 있다. 군산선은 하루 7왕복의 통근 열차만이 다니는 한가한 로컬선이다. 그런데 군산선에서 분기되는 옥구선에 비교해보면, 군산선은 매우 바쁜 노선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옥구선에는 화물이나 군용 열차가 가끔 다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현재 여객운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 여객운행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여객운행이 이루어졌다면 언제까지였는지, 또한 어떤 열차가 다녔는지 등을 더 조사해보고 싶다.

옥구선의 흥미로운 점은 광복 이후의 노선임에도 한국의 주관으로 건설된 노선이 아니라 점이다. 여객용이나 산업선으로 건설된 것이 아니라, 6.25 당시 UN군(미8군)의 군사적 필요에 의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옥구선은 1952년 5월 20일에 착공되여 다음해 3월 9일에 개통되었다. 이렇게 한국이 주관하지 않은 노선은 옥구선 말고도 김포선이 있다. 경인선 소사역에서 분기하여 김포비행장으로 이어졌던 김포선은 지금은 폐선된 노선이다. 그렇다면 옥구선은 UN이 주관하여 건설된, 현존하는 유일한 노선이다. 토목공사는 UN군이 부담하였고, 궤도부설은 이리보선사무소에서 시공하였다. 소요된 공사비는 29억7029만원이었다.


(참고 문헌: 월간 한국철도 1972년 9월호, p.22, 1977년 4월호, p.91)




2004년 2월, 나는 군산을 여행하면서 옥구선을 답사해보기로 했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1131 통일호를 타고 장항에 도착한 뒤, 배를 타고 군산으로 와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 12시 반부터 옥구선을 걸어서 답사해보기로 하였으나, 생각해보니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원래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하려 했으나, 객차 내에 실을 수 없다는 말에 자전거 휴대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걸어서 10km 가까운 거리를 왕복한다면 5시간은 잡아야했다. 더군다나 나는 이날 3시 반에 익산에서 대전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도보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자전거 파는 가게에 가서 빌려달라고 하였으나, 첫 번째 집에서는 거절당했다. 하긴 자전거를 파는 곳인데 빌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이 두 번째 가게에서 5000원을 내고 빌릴 수 있었다. 비록 고물 자전거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오후 1시, 옥구역을 목표로 삼아 옥구선 근처의 도로를 따라 달렸다. 자전거 가게 아줌마께서 3시까지 돌아오라고 해서 정말 온 힘을 다써가며 달렸다. 돌아올 때는 괜찮았는데, 갈 때는 맞바람이 불어 속력도 안나고 너무 힘들었다. 이 날, 나는 녹초가 되었다. 그렇지만 날씨는 봄 날씨처럼 화창하고 따듯했다. 무엇보다 옥구선을 보았다는 기쁨에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左) 군산선과 옥구선이 분기되는 곳(ⓐ지점). 좌측은 군산선, 우측은 옥구선.
右) 그 근처 자전거 가게에서 빌린 자전거. 옥구선 답사에 훌륭한발이 되어주었다. 고맙다.




옥구선의 군산 시내구간.




시가지를 벗어나니 평야가 펼쳐진다.
우측 사진의 다리는21번 국도(ⓑ지점). 그 아래로 옥구선이 지나간다.




군산 시내 방향의 모습. 그 근처에서 찍은 신호기.




'섬다리마을' 표지판, 평화로운 들녘의 풍경.



ⓒ지점의 건널목. 한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호남평야의 모습.




ⓓ지점의 건널목.





각각 ⓔ와 ⓕ지점의 건널목에서 찍은 사진. ⓔ지점에는 작은 목재가공 공장이 있었다.




ⓖ지점의 사거리. 옥구읍 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근처에는 서원같은 것도 있었다.
우측 사진은 ⓗ지점의 옥구초등학교.




(2) 옥구역

대부분의 지도에, 잘 쓰이지도 않는 옥구역은 꼬박꼬박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여객열차가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든 사진으로든 옥구역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옥구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옥구역이 어떻게 생겼을까 별별 상상을 다했다. '혹시 옛 역 건물이 남아있어 시각표가 그대로 붙어있지 않을까?' 그렇게 설레임을 가지고 찾은 옥구역...

하지만 옥구역에는 아무런 건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단지 교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두 개의 선로와 플랫폼의 흔적만이 옥구역을 말해주고 있었다. 표지판 같은 것도 없었다. 항상 지도에서만 보아온 옥구역. 실제로 찾은 옥구역은 왠지 쓸쓸한 느낌이었다.




옥구역은 광할한 평야 한가운데에 위치한 황량한 느낌의 역이었다. 오른쪽에 옥구 저수지 둑이 보인다.
/ 주위에는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가건물도 있었다.




옥구역에 들어서면서두 개가 되는 선로. /옥구역 플랫폼 가운데 남아있는 나무 한 그루.




옥구역의 남서쪽에서 찍은 사진. 플랫폼의 흔적이 남아있다.




옥구역 남서쪽에는 '인삼가든'이라는 식당이 있었다.
거기에 계시던 아저씨(사진 속 화장실 옆)께 여기가 옥구역이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셨다.
/ 옥구역에서 군산공항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끝>



posted by Gosanza S. Z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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